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심리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헌재는 일주일에 2회 변론기일을 갖겠다며 탄핵 심리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헌법이 정한 180일의 탄핵 심리기간은 공정한 심판을 위한 장치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심리 속도 뿐 아니라 국회의 탄핵소추 내용 중 내란 관련 사항을 심판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내란 혐의를 뺄 수도 있다는 말인데, 내란 혐의가 제외되면 증인 심문과 같은 절차가 생략돼 심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이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헌재 심리가 빠르게 진행되고 만약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후 60일 내에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하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심과 3심 재판에서도 피선거권 박탈 형을 받을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선거법 재판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학수고대한다.
재판의 공정성 논란은 헌재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판사 이순형은 해괴망측하게도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형사소송법 상 군사상 비밀 장소 수색 제한 규정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판사가 법을 제정한 행위라 할 수 있다.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대법원이 아직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법붕괴 사례는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때 일어났다. 당시 독일 사법부는 나치당의 초기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채 국가사회주의의 이익을 대변했다. 나치당의 폭력적 활동은 관대하게 처벌하거나 무시하면서 그 외 정파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판결했다. 이러한 편향성은 공화국 민주체제를 약화시켰고, 나치당이 독재정권으로 치닫는 발판을 마련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사법부의 경우는 사법부가 공정성을 잃으면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 잘 보여준다. 바이마르 공화국 사법부의 사법 농단은 민주주의 붕괴와 독재 정권 출현으로 이어졌고, 이후 역사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역사적 교훈은 사법부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말한다.
현재 이 나라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백척간두에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리는 과도하게 서두르고,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한없이 늘어지는 현 상황은 누가 봐도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충분한 시간과 절차를 통해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국민 누구도 결과에 의문을 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당성이 결여된 헌재 심판은 국가적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헌재와 법원은 윤 대통령을 특별대우할 필요도, 반대로 불리하게 대해서도 안 된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문제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선거법 위반 재판은 1년 내에 완결한다는 재판 원칙이 지켜졌다면 현재와 같은 정치적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법원이 그동안 이 대표 측의 각양각색 재판 지연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무기력한 모습을 대하며 국민들은 사법부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법치와 인권, 정의의 마지막 호소처인 사법부가 공정성을 잃는 순간, 사회는 극심한 무질서와 아노미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는 장식물도 아니고 구호로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속도전'과 이 대표의 재판 '지연전'은 사법부가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법부가 중립성과 공정성을 속히 회복하지 못한다면, 법치주의는 물론 국가존립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가와 국민 개개인의 번영과 생존도 담보할 수 없다.
바이마르 공화국 사법부가 악당에 권력을 쥐어줬듯, 우리 사법부가 공정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어떤 비극적 결과가 초래될지 걱정된다. 미몽에 싸인 사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