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사형·기획형'으로 나눠 500여명 청소년 등 대상 연극 교육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 가능성·희망 품은 '다시 만나는 세상' 기획 총연출 김종석 감독 "다양한 만남으로 새로운 도전이 극단의 방향"
지난해 12월2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세상' 통합공연에서 단원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몰랐어요. 꿈의 극단에 참여하면서 연극은 저에게 꿈이 됐습니다. 연극을 하면서 얻은 용기가 정말 소중해요."
경기도 야탑중학교 1학년인 파키스탄 출신 길케런양(14)은 '꿈의 극단'에서 꿈을 찾았다. 원래도 K-팝이나 무용 등에 관심이 있었다는 킬케런양은 대형 공연장에서 펼치는 연극 공연 무대에 올라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또래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꿈의 극단'은 전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동·청소년 등이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 연극 예술 장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정책사업이다.
꿈의 극단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배우 전미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꿈의 극단'은 '홍보대사형'과 '기획형'으로 나눠 총 500여명의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연극 교육을 진행했다. 홍보대사형은 최정원 배우, 전미도 배우, 고선웅 연출, 국립창극단 김준수·김수인 배우 등 저명예술가와 협력해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아울러 기획형은 전국 5개 지역의 6개 거점 연극팀(경기 양평 풀씨배움터 지역아동센터, 성남지역 청소년 연극팀, 전남 목포 아라리 풍물패, 경기 의정부 마을 극단 능소화, 전북 완주 아리아리)이 참여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다문화가정, 중년과 시니어, 정신장애인 등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단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연극 교육을 받았으며, 지난 10월 중간점검 합동워크숍을 거쳐 통합공연을 준비했다. 창작중심 단디(버티컬퍼포먼스), 모던테이블(현대무용) 등 공연예술 전문가들도 통합공연에 함께 참여해 공연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2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세상' 통합공연에서 단원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그리고 지난해 12월20일 '비욘드(BEYON:D) 다시 만나는 세상'이라는 통합공연이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다시 만나는 세상'은 사라진 '새싹'을 찾는 '바람'들의 이야기다. 들판을 누비며 새싹을 찾는 바람이 낯선 봉오리를 만나고, 바람끼리 부딪혀 휘몰아치는 폭풍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계절의 시간을 견딘 나무의 노래는 바람을 위로한다. 마침내 거센 태풍과 폭풍우를 뚫고 나아간 바람은 싹틀 준비를 하는 새싹과 만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극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기획된 '다시 만나는 세상'은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가능성과 희망을 품은 이야기다.
통합공연을 총연출한 김종석 감독은 "전 연령층의 시민들과 전문예술가들이 함께 협력해 새로운 차원의 공공연극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었다"며 "전문창작진들이 각 지역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의 개별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춘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참가자들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공공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타 지역, 타 연령대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협력해 새로운 예술적 도전으로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며 "모든 것은 공공연극의 새로운 싹을 발견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세상' 통합공연이 끝난 뒤 단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단원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가슴 속 깊이 숨겨놓았던 '자신'이었다. 다른 이들의 조심스러운 고백에 용기를 얻어 시작한 '나의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공감과 위로가 됐다. 연기, 노래로 표현하면서 바람과 태풍 그리고 상처 속에 숨겨져 있던 '희망과 행복의 새싹'을 발견한 것이 '꿈의 극단'이 만들어 낸 '다시 만난 세상'이다.
김 감독은 "목포에서 만난 중년들은 각자의 가슴속 이야기를 꺼내놓기를 망설였는데, 공간 워크샵을 통해서 그들의 가슴속 깊속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 새벽까지 진행되었던 뒷풀이에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흥겨운 한풀이는 오랫동안 잊지못할 것 같다"며 "최종 공연 준비 상황을 점검하려고 방문했던 정신 장애인들의 모임인 완주 아리아리팀에서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 중년의 참여자가 반가워하면서 건네줬던 조그만 알사탕이 마음을 따듯하게 해줬다"고 후일담을 남겼다.
김 감독은 "연극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통해서 그들 스스로의 희망과 꿈이 싹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기의 힘을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또한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꿈의 극단의 방향"이라고 했다.
공연에 참여한 성남 연극팀 고등부 고은률양(17)은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하기로 하고,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 중이다. 은률양은 "내가 생각하는 연극은 작가의 대본 속 의도, 연출의 의도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공연은 우리의 이야기를 직접 사람들에게 전하자, 감동을 주자는 의도가 있었고 그것을 해냈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 큰 무대에서의 무대경험, 단원들과의 합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9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에서 바이올린 연주자 대니구와 '꿈의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목포의 극단 갯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통 풍물패 '아라리 풍물패' 소속인 최선씨(47)는 "풍물패 단원 대부분은 직장인이거나 은퇴한 시니어다.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을 발산할 곳이 없었는데 무대에서는 마음껏 풀고 치유할 수 있었다"며 "단원들 모두 누구의 '엄마, 아빠'가 아닌 한 개인. 한 배우로서 무대에 섰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아동·청소년의 예술적 역량을 높이고,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꿈의 극단' 외에도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무용단' 등 '꿈의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꿈의 예술단'은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를 한국형 문화예술교육 모델로 발전시킨 것이다. 올해부터는 '꿈의 스튜디오'도 추진한다.
지난해 8월 9일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2010년 8개 지역에서 시작된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49개 지역 2894명이 참여했고, 2022년 시작된 '꿈의 무용단'은 29개 지역 823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8월 7~9일에는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전국 '꿈의 예술단'이 한 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 '꿈의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와 '꿈의 무용단' 단원 등 약 450명은 '꿈의 페스티벌' 마지막 무대에서 3일 간 합동 캠프를 하면서 준비한 합동공연을 가족들에게 선보였다. 합동 캠프 예술감독으로는 바이올린 연주자 대니구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감독이 함께 했다. 단원들은 '베토벤 9번 합창 교향곡',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제곡 등에 맞춰 음악과 무용으로 예술적 감각을 마음껏 표현했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은 "'꿈의 예술단' 단원들이 예술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예술 선생님과 전국의 단원들이 만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예술을 친구처럼 일상 가까이에 두고 자주 접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전국의 아동·청소년들이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깊이 있게 접하고 예술적 상상력, 창의성 등을 기르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