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는 중동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13년 내전 끝에 이루어진 독재정권의 몰락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커보인다.

시리아가 희망의 나라로 변신할 지, 아니면 고통에 잠식될 지는 오는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리아는 과도정부의 주도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여러 반군단체들을 해체해 정규군으로 통합하고, 새로운 헌법도 제정하기로 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 내 각 세력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 다마스쿠스 등지에선 이전 정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북동부 지역에선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과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시리아국민군(SNA) 간 국지적 충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지역 안정화의 최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잔존 세력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 바로 미국의 정책 변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트럼프는 과거 재임시절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려 했으나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등 군부의 반대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펜타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다. 그는 두번째 임기를 앞두고도 미국이 더이상 시리아 문제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관점에서 본다면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개입은 비용만 발생시키는 '낭비'다. 따라서 그가 취임하면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 약 2000명의 철군을 명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전략적 실수라는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리아는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핵심 요충지다. 시리아가 안정되지 않으면 중동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시리아의 이웃 국가인 이라크에도 약 2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2026년까지 철수할 계획이다. 시리아에서도 철군하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권력 공백'은 넓어질 것이고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등 지역 강대국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시리아 내 주요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외교적 개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은 혼란을 틈타 시리아 북부 영토인 골란고원에서 군사 행위를 확대하고 있다.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정착촌 인구를 갑절로 늘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수도 다마스쿠스가 내려다보이는 헤르몬산 정상을 점령했다.

헤르몬산 정상은 2814m로 시리아나 이스라엘의 어느 지점보다 높다. 헤르몬산 정상은 이스라엘군이 장악하기 전까지 50년 동안 이스라엘군과 시리아군을 분리했던 완충지대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 내정에 개입할 의도가 없지만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이스라엘군이 그곳에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리아 철군은 중동지역 안보에 큰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빠져나가면 지역 강대국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난민 문제, 테러 위협 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트럼프의 중동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단순한 비용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다. 트럼프가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영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