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밝았다. 새해를 맞았음에도 대통령 탄핵심판과 무안 참사 등으로 사회적 분위기는 우울하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로 경제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중국의 옛 유가(儒家)들은 이처럼 어려운 시대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2500년전 노나라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결국 제자들과 함께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는 위나라에서 진나라로 가는 도중 광(匡)땅에서 도둑들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하면서 "곤궁에는 운명이 있음을 알고, 행동에는 때가 있음을 알며, 큰 어려움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다"고 말한다. 곤궁은 운명일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게 군자의 용기라는 것이다.
◇'심모원려'와 '전전긍긍'하는 마음… 신중하고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다
공자는 "사람이 멀리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人無遠慮 必有近憂·인무원려 필유근우)라고 했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온다.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는, 심모원려(深謀遠慮)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는 늘 신중하면서도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갑자기 닥치는 것은 아니다. 작고 사소한 게 하나둘씩 오랜 기간 쌓인 후에 큰일이 생긴다. 이같은 사유는 중국 철학의 전통이기도 하다. 노장(老莊) 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도 저서 '노자'(老子)에서 "아름드리 나무도 털끝처럼 가는 싹에서 생겨나고, 9층의 누대도 한 삼태기의 흙을 쌓아올리는 것에서 시작되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基於累土 千里之行 始於足下·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누토 천리지행 시어족하)라고 했다.
그래서 '주역'(周易)을 풀이한 계사전(繫辭傳)에선 "군자는 기미를 알고 확연히 드러난 것을 깨달으며, 부드러움을 알고 굳셈을 안다(君子知微知彰 知柔知剛·군자 지미지창 지유지강)"며 작은 움직임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지미(知微)와 지기(知機)는 작은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것에도 신중한 것은 매사에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나타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편 소민(小旻)은 "전전긍긍하기를 심연에 다다른 것처럼, 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 하라"(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고 노래한다. 전전긍긍은 지극히 두려워해 벌벌 떨고 움츠리는 모습이다.
이처럼 심모원려와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지신'(至愼)의 태도를 갖는 게 유가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다. '지신'은 어떤 일에 대한 희로애락의 감정이나 어떤 사람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지극히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유의경의 '세설신어'(世說新語)는 위진남북조 시대 명사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지신을 꼽고 있다. '세설신어'는 후한 말부터 동진까지의 문인, 학자, 승려, 부녀자, 제왕 등의 일화를 모은 책이다.
이같은 삶의 태도는 '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으로 이어진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미리 생각하면, 위태로운 시기에 대비할 수 있으며 미리 대비하면 후환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역사서인 '춘추'(春秋)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인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온다.
◇남을 탓하지 않고 굳세다
유가의 삶의 철학 중 하나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해야 할 일은 행하는 정신'이다. 이는 공자를 평가한 말이기도 하다. '논어'(論語) 헌문(憲問)편엔 '지기불가이위지(知其不可而爲之)라는 구절이 나온다. 불가능한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한다는 뜻이다. 이는 아무리 난세이고 어려운 시기라도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일은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유가를 '천명론'(天命論)이라고 한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건 사람이지만 그 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철학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유가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不怨天 不尤人·불원천 불우인)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이 말은 공자가 자신을 평가하면서 말하는 대목에 나온다. 그래서 스스로 굳세지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精進)한다. 동양사상의 원류인 '주역'(周易)의 건괘(乾卦)를 해설한 상전(象傳)엔 '천행건 군자이자강불식'(天行健 君子以自彊不息)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하늘의 운행이 밤낮 한치의 흐트럼없이 굳건하니, 군자는 이로써(이를 보고) 스스로 힘쓰면서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강인해지기 위해 분발해야 하며, 운명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력갱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건괘는 주역 64괘 가운데 첫 괘이다.
주역64괘 중 28번째 괘인 택풍대과(澤風大過)괘는 총체적 난국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난국 극복의 지혜가 담긴 괘다. 상전(象傳)은 "못이 나무를 멸(滅)하는 상이 대과괘다. 군자는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근심 걱정하지 않는다"(澤滅木大過 君子以獨立不懼 遯世无悶·택멸목대과 군자이독립불구 둔세무민)이라고 풀이했다.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근심 걱정하지 않는 굳셈만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이다.
대과괘에 이은 29번째 감괘(坎卦)도 난관을 물리치고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논한다. 물(水)이 위아래로 겹쳐진 감괘는 거듭된 위험과 곤경을 상징한다. '산 하나를 벗어나면 또다른 산이 가로막혀 있는' 형국이다. 이런 난관에서 벗어나려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하며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주역은 가르치고 있다.
유가는 인간의 의지, 인간의 굳셈에 투철하다. '논어' 태백(泰伯)편에서도 "증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선비는 (마음이) 넓고 굳세지 않으면 안되니,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의 실현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 또한 무겁지 않은가? 죽은 후에야 끝나니 또한 멀지 않은가?"라고 했다.(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증자왈 사불가이불홍의 임중이도원 인이위기임 불역중호 사이후이 불역원호)
◇때와 자리를 알며 정도(正道)를 걷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유가는 당당하다. 왜 그런가?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는 "안으로 살펴보아 부끄러움이 없다면,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內省不懼 夫何憂何懼·내성불구 부하우하구)라고 말했다.
그래서 '행불유경'(行不由徑)이라 해서 샛길, 지름길, 편법을 싫어 한다. 정정당당하게 큰길로 나아간다는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일맥상통한다. 눈앞의 이익을 탐해 얕은 꾀를 쓰지 않고 떳떳한 방법으로 일을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처리한다.
유가의 처세는 때(時·시)와 자리(位·위)를 중시한다. 자신이 처한 시대와 위치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고 한다. "그 자리(마땅한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정사·政事)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논어 태백편)
이는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관직에) 나아가고, 도가 없으면 물러나는 것"으로 이어진다.(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천하유도즉현 무도즉은) 또 "나라에 도가 있는데 빈천하면 부끄럽고,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귀하면 부끄러운 일이다"고 한다.(邦有道 貧且賤焉恥也 邦無道 富且貴焉恥也·방유도 빈차천언치야 방무도 부차귀언치야)
'배움(學)의 강조'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중국 철학의 큰 특징이다. 논어의 첫 구절은 유명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다. 장자(莊子)도 "우리의 삶은 끝이 있지만(吾生也有涯·오생야유애), 앎에는 끝이 없다(而知也無涯·이지야무애)"고 했으며(장자 양생주편), 제갈량은 여덟살된 아들 제갈첨에게 편지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재능을 펼칠 수 없고(非學無以廣才·비학무이광재), 뜻이 없으면 학문을 성취할 수 없다"(非志無以成學·비자무이성학)고 가르쳤다.(계자서·誡子書)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