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대위 "탄핵사유서 내란죄 제외, 졸속 사기탄핵 자인…재의결하라" 野측 국회 소추인단 "형법재판 아냐, 헌법위반 집중" 취지…헌재서 수용 8년 전 朴 탄핵심판 때 '소추사유서 재작성' 전례…당시 소추위원 권성동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쟁점에서 빼겠다는 야당 측 요청을 헌법재판소가 수용하자, 여당은 "사기 탄핵"이라며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소추위원으로서 남긴 선례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당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겠다고 한 건 탄핵 소추 의결이 졸속으로 이뤄진 '사기 탄핵'이고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사기 탄핵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탄핵안을 재의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탄핵 주요내용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헌재에도 "내란죄가 제외된 탄핵소추에 대해 심리를 즉각 중단하고,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새로운 소추안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내란 혐의는 대통령·국무총리 탄핵소추의 핵심으로, 핵심 사유가 철회됐다면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안은 각하시켜야 마땅하다"고 거들었다.
또 헌재엔 "한덕수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의결)정족수 관련 권한쟁의심판부터 다루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내란수괴 혐의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권력기관 놀음을 한다"고, 체포영장 발부 후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서울서부지법엔 "초법적 사법독재"라고 비난했다.
앞서 3일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헌법재판이 형법 위반여부에 매몰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헌법위반 사실관계로 다투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 위반'만 쟁점으로 삼겠단 취지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3일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철회한 건 탄핵소추 결의 자체가 무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8년 전 박 대통령 탄핵심판 도중 '탄핵소추사유서 재작성'을 한 전례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2017년 1월20일 '새누리당 탄핵찬성파'가 중심이 된 바른정당 의원이자 국회 소추위원(법사위원장) 시절 이를 공식화했다.
당시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강요죄 쟁점을 철회하면서 "탄핵소추사유서를 다시 작성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집무집행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느냐가 탄핵심판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느냐 유무는 헌법재판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탄핵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징계 처분의 성격을 띤 행정소송"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민수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힘이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했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정신착란적 주장을 편다"며 "형법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탄핵소추 사유를 정리한 걸 이렇게 왜곡하다니 정말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다. 8년 전 탄핵소추했던 권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라고 반박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국민의힘 권영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왼쪽)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의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