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관 국제서법예술연합 이사장 8일까지 백악미술관
"삶을 어떡해야 더 좋게 영위할지 작품에 담아"

경부 송종관 선생의 '사계장춘(四季長春). 삶이나 국가나 늘 봄과 같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종관미술관 제공]
경부 송종관 선생의 '사계장춘(四季長春). 삶이나 국가나 늘 봄과 같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종관미술관 제공]
혼돈의 시대 2025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서예계를 이끄는 경부 송종관 선생의 전시회는 위안이다. 상대적으로 서예와 거리가 있을 법한 MZ라고 하더라도 서울 백악미술관에 들어서면 힐링에 휩싸일지 모르겠다. 어릴 적 자연스럽게 고전을 접했고, 붓을 잡은 그의 반세기 내공은 글씨 뿐 아니라 이사장으로써 국제서법예술연합 한국본부를 끌어온 원동력이 됐다. 이 단체는 설명이 필요 없는 대서예가 여초 김응현·초정 권창륜 선생 등이 주도해왔다.

8일까지 전시회를 여는 경부 선생을 만났다. 1997년 개인전 뒤 28년만의 개인전으로 스스로에 대한 엄격과 인색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다. '사계장춘(四季長春)'이라는 초대장에서 선생의 뜻을 새삼 반추하게 된다. 선생의 길은 '화양연화(華陽蓮花), '태평성대(太平盛大)'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새해 전시라서 더욱 뜻깊은 듯합니다. 의미라면? 그리고 연초에 전시회를 연 이유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5년 벽두에 전시하는 관계로 내용은 우선 축복을 중심으로 선택해 보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우연한 기회에 전시 공간을 사용하게 되어 적절히 운용한 것입니다. 이유를 붙이자면 제가 올해 75세가 됩니다. 그동안 박사학위와 미술관 건립 등 여건을 핑계로 소홀해 (30년 가까이) 개인 발표회를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등쌀과 건의에 따라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마음을 모아 한번 선보인 것입니다. 많은 충고 바랍니다."

-주요 작품과 서품을 설명해주신다면?

"서예는 기능적 숙련이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것은 작가의 마음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욱 좋은 방향으로 영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작품의 내용 또한 이와 관련된 글을 즐겨 쓰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입니다. 이 내용은 우리가 다 아는 것이지만 접하면 접할수록 가슴에 와 닿고 또 실행으로 옮겨야 하기에 이 글을 자주 씁니다. 그렇다고 금방 제 자세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자주 써서 가슴에 새기고 실행해 보려 노력합니다. 서체에 대해서는 제가 해서를 많이 쓰다가 초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해서와 초서의 관계를 깊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해서를 모르면 초서가 안되고 역으로 초서를 모르면 해서가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서예연구 과제는 초서와 해서의 융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 결과 해서 천자문과 초서 천자문을 동시에 써 작품집을 발간 했습니다. 한편, 예서의 창의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예서에 가로획과 세로획의 분별을 대담하게 변화시켜 가로로 넓은 구성을 해서의 결구와 비슷하게 사각형으로 실험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보시는 바와 같은 멋진 예서를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소견을 참작하시어 저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제가 추구하는 서예 세계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송종관 선생. [송종관미술관 제공]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송종관 선생. [송종관미술관 제공]
-지금 저희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예가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서예관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올곧은 마음으로 쓰는 의로운 서예 작품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경부 송종관 서예의 꿈 '我理郞書展(아리랑서전)'이라고 감히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아리랑이라는 말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저는 '참 나를 깨닫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아리랑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제 스스로 참 나를 깨닫고 나의 서예의 한을 멋지게 풀어보자는 의미입니다. 하하하…너무 큰 꿈인가요? 안될지언정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족하지만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시작중 오늘의 세태에 경종을 울려줄 만한 것이 있을까요?

"'復初(복초)'라는 작품을 들고 싶습니다. 복초는 다시 말하면 맹자의 성선설을 믿어 보자는 말입니다.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난 선을 회복하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밀려 활자와 같은 문사철(文史哲)은 물론이고 서예 등의 '시서화(詩書畵)'가 뒤로 밀렸습니다. 선생의 철학이 있으시다면?

"꼭 그럴까요. 디지털 시대는 서예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정보 부재의 시대이었기에 어떠한 서예가 진정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를 분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시 선생님으로부터의 훈도에 의해 결정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이므로 원하는 만큼의 정보와 호오(好惡)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디지털 정보가 만능이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오류도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러한 정보에 의해 실험하고 탐구하다 보면 호오를 분별하는 능력이 과거보다 더욱 빨리 생기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요? 기계도, 예술도 사람의 창작물이므로 사람의 능력이 부족할 때 기계의 힘을 이용하고 기계의 능력이 부족하면 사람이 이를 보충하면 상부상조하여 함께 발전하지 않을까요?"

-근황이 어떠십니까?

"요즘은 저의 연구 시간도 중요하지만 국제서법예술연합한국본부 이사장직을 맡다 보니 회원님들의 심부름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과도 저의 정진의 한 부분으로 여겨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가 제 수련 과정의 하나라고 믿습니다. 조금은 몸과 마음이 바쁘지만 제가 하는 만큼 회원들이나 서예인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계획이 궁금합니다.

"건강이 하락하는 한 경부 송종관 서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참 나를 찾는 수련에 정진하여 의로운 서예의 한을 마음껏 펼칠 때까지 정진, 정진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 그 결과를 다시 한 번 펼쳐 보이겠습니다."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현강 박홍준 서예가(전 대전예총 회장)는 "참으로 오랜만의 개인전인 데 새해 벽두라서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라며 "한국 최고위 서예가로써 작품의 수준뿐 아니라 시대에 던지는 울림이 대단히 컸다"라고 말했다.



경부 선생은 지천명(50세)에 대전대 서예과에 진학한 학구파다. 이론에 갈증을 느껴서다. 그것도 친구인 송암 정태희 교수에게 배웠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한양대에서 논문 '조맹부의 송설체와 한국 서예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제1회 서화아트페어 최우수작가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장, 2015년 부산서예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냈다. 성균관 전의와 일중기념사업회 이사, 성균관 청년유도회 중앙회 부회장, 충북도 본부장, 한림대 외래교수로 활동 하거나 역임했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과 청주향교 명륜서학회, 덕성여대에 출강한다.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책임학술연구원과 학술지 '무심연묵' 발행인을 지냈다. 서예 전문지와 주요 신문의 유명 집필가일 정도로 이론과 소통 능력이 남다르다.'속진잡사투란상 분전탐구속세전'(俗塵雜事投瀾上 墳典探求俗世傳). '속세의 잡된 일 파도 위에 던지고, 성현의 글 탐구해 세상에 전하며 살겠다'는 다짐은 선생의 영원한 바람이다. 전시회 작품은 이 같은 경부 선생의 마음을 엿보게 하는 걸작들이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송신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