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과 함께', '1987', '기생충' 등 CG 이미지 제작 영화 CG 외주 한계 느껴… 게임산업 진출로 고유 IP 확보 마비노기 영웅전을 시작으로 리니지W 등 시네마틱 맡아 '이프선셋' 게임 개발 22개월 소요… 올해 정식 출시 목표
채문석 폴리모프 스튜디오 이사.
채문석 폴리모프 스튜디오 이사
"영화에서 사실 같은 컴퓨터그래픽(CG) 이미지를 만드는 외주 사업을 하다가 '우리만의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해졌습니다. 우리만의 IP를 갖고 싶다는 생각 끝에 결이 비슷한 콘텐츠 산업인 게임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채문석(사진) 폴리모프 스튜디오 이사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산업에 진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프선셋'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채 이사는 2017년부터 콘텐츠 산업에 몸을 담으면서 2017년 '신과 함께 죄와 벌', '1987', 2018년 '신과 함께 인과연', 2019년 '기생충', '백두산' 등 영화와 드라마 '아스달연대기' 등의 CG 이미지를 제작해왔다.
2020년 설립된 시각효과(VFX) 기업 폴리모프 스튜디오는 영화 '백두산', '승리호', '고요의 바다'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환혼', '스위트홈 2', '기생수: 더 그레이' 등의 이미지 제작을 맡았다. 이 외에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전,란' 등 영화, '무빙', '경성크리처', '스위트홈 시즌 3' 등 드라마의 CG를 만들어왔다.
채 이사는 "영화 산업에서 정말 다양한 작업을 해왔는데 영화 CG 개발은 외주 사업이다 보니 '을'이라는 위치와, 우리가 만들었지만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게임 산업군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게임엔진인 '언리얼 엔진'은 영화에서도 고퀄리티 CG 연출을 위해 많이 활용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 영화 산업에서는 2020년부터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언리얼 엔진'을 다루다보니 우리도 게임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리얼 엔진은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할 수 있는 '블루프린트'라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대표이사와 함께 주말마다 1년 가량 개발 공부를 하고 감을 익힌 후,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을 구했다"고 말했다.
폴리모프 스튜디오는 이전부터 게임산업과 긴밀한 인연을 맺어왔다. 게임사들은 게임 내에 영상 시네마틱을 도입, 게임의 스토리를 보며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하는 '로드나인'이 대표적이다.
채 이사는 "게임 시네마틱 영상은 영화와 동일하다. 시네마틱에 들어가는 각종 에셋들은 인게임에서 쓰이지 않아 실제 게임보다 더욱 많은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다"며 "사실적이고 퀄리티가 높은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채 이사는 영화 산업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결과물을 단기간 내에 빠르게 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통상 4~5개월, 아무리 길어도 1년 내에 사람들에게 완성도 높은 멋진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이와 달리 게임은 개발 기간을 기본적으로 2년 정도 잡고 시작한다. 개발 기간의 차이 외에는 콘텐츠 산업이다 보니 인기를 먹고 산다는 것은 동일하다는 게 채 이사의 얘기다.
폴리모프 스튜디오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게임에 이식해 '이프선셋'이라는 게임을 개발, 지난해 11월 글로벌 시장에 얼리 액세스 버전을 출시했다. 게임 개발 공부를 시작해 실제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약 1년 10개월이 걸렸다. 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프선셋'은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 게임으로, 오픈월드 RPG와 서바이벌 요소를 결합해 다채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낮과 밤이 다른 '듀얼타임' 존을 갖춰 한 게임 내에서 다양한 게임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프선셋'은 영화 CG 개발 노하우가 담긴 만큼 그래픽의 완성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게임에 반영해 개선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채 이사는 "처음에는 게임에 대한 지식이 얕다 보니 게임을 영화처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게임에 들어갈 요소를 논의하고 실제로 개발작업을 하면서 게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며 "'이프선셋'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낮에는 맵을 탐험하며 자원을 확보하고, 밤에는 몰려드는 좀비들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예쁜 배경을 업데이트했는데 이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에 유입됐다. 이들은 폭포 앞에 집을 짓는데, 이 게임은 밤마다 몬스터가 나오는 게임이었다. 배경을 보고 유입된 이들이 낮과 밤의 경험을 동일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해줬는데, 이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커스텀 모드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채 이사는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재미 있으세요'다. 내부적으로 게임의 방향성을 정하고 콘텐츠를 도입할 때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재미있다'는 후기를 듣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해왔고, 현재 정식 출시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며 "정식 출시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최근 내놓은 얼리 액세스 버전과 관련해 안정성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정식 출시 버전은 버그가 없는 안정성과 재미, 풍부한 콘텐츠 볼륨을 아울러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채 이사는 "이용자들과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면서 그들과 함께 게임을 완성해 가겠다"고 했다.
스마일게이트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무조건 좋다"며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신뢰도'가 중요하다. 스마일게이트는 우리의 방향성을 막지 않고, 오히려 응원했으며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제공해줬다"며 "특히, '스토브 인디'의 프로그램 '슬기로운 데모생활'을 통해 버그나 아쉬운 점 등 솔직한 리뷰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지금의 '이프선셋'이 완성될 수 있던 것은 이 피드백 덕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