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헌법 요건 못 갖춰… 통치 행위 따른 면책대상 인정 어려워 논란인 내란죄 여부는 국헌문란 목적 국회 무력화하려 했는지가 핵심 尹탄핵심판 법리논쟁 치열 예상… 쟁점 많아 박근혜때보다 더 걸릴 것 李대표, '셀프 사면' 불가능… "누구도 자기 자신의 재판관 되지 못해" 佛이원정부제식 정치개혁 필요… 상하 양원제 분권다층구조 만들어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모는 범죄 모의를 함께 하거나 실행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국무위원들이 사전에 비상계엄 선포를 아무도 몰랐는데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장영수(65)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헌법상 규정된 요건을 못갖췄다"면서도 "민주당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가한 국무위원들을 내란죄 공범이라고 모는 것은 법상 타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위있는 헌법학자인 장 교수는 이어 "비상계엄의 내란죄 여부는 국헌문란 목적으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향후 헌법재판소(헌재) 탄핵심판에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일각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심판이 3개월이 걸린 박근혜 전 대통령때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대선 불복 행위가 통치행위이라며 면책 대상 판정을 받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는 달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면책 대상으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안, 내란 특검법안 등 특검법에 대해선 "특검법은 정부가 갖고 있는 수사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이라며 "국회가 특검법을 만들고 정부 양해 없이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특별 검사로 임명해 수사를 시킨다는 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대북 불법 송금, 대장동 등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셀프 사면은 불가능하다"며 "누구도 자기 자신의 재판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법제도의 원칙"이라고 전했다.
장 교수는 정치 개혁 방향과 관련, 제왕적 대통령제나 다수당의 독재를 강화할 수 있는 내각책임제보다는 국정 권한을 대통령과 총리로 나누는 프랑스식 이원정부제가 바람직하다며, 국회도 상하 양원 체제로 분권의 다층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충북 충주 출신인 장 교수는 서울 대광고·고려대 법대를 나와 동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과대학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법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법시험, 변호사시험 출제위원과 국회 개헌특위, 정치개혁특위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민주헌법과 국가질서', '헌법총론', '기본권론', '국가조직론', '헌법학' 등이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크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죄 해당 여부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주어진 비상계엄 권한을 사용한 것뿐인데 왜 위헌·위법인가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같은 주장은 타당성이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상계엄이 과거 오남용된 사례들은 꽤 많았습니다. 유신헌법 때도 그랬었고 신군부 쿠데타 때도 그랬고. 그때문에 헌법상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현행 헌법은 77조 1항에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것, 그리고 군을 동원해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아니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 이 두가지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이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대다수 법률가들의 판단입니다. 전시·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면 전쟁은 아니더라도 임박했거나 아니면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질서 유지가 혼란스럽거나 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런 것은 없었거든요. 따라서 위헌적이고, 계엄법 위반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또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는데 이 권한은 헌법상 요건을 갖춰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는 것이지 권한이 없는데 권한을 행사해 위헌이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 보수 일각에선 특히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는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내란죄는 내란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 '국토 참절이나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하며, 객관적 구성요소로 폭동이 있어야 성립하는 데 이번 비상계엄은 여기에 해당하는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헌법학자들도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내란을 획책했을 것인가라며 내란죄가 아니라고 하는데 교수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내란죄는 형사 범죄로,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형법상의 구속 요건에 정확하게 들어맞아야 됩니다. 형법 제87조에서 내란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장악하고 국가 권력을 배제하는, 다시 말하면 마을이나 도시를 사실상 장악하고 지배하는 게 '국토 참절'인데 이건 별로 거론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갖고 폭동을 일으킨 경우입니다. 국헌 문란에 대해선 형법 91조에서 두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헌법이나 법률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기관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국가기관 그 중에서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국회를 무력화하려고 했느냐는 것입니다.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 자체가 국회를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고, 반대쪽에서는 진짜로 무력화시키려고 했었다면 그 정도 계엄군 숫자로 6시간짜리 계엄가지고 됐겠느냐고 말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모이기 힘든 시간에 그리고 사전에 단전·단수를 해놓고 계엄군을 투입했으면 국회가 진짜로 무력화됐을 것인데 그렇게 안했으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의결을 하니까 바로 해제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에 다들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미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불복 행위에 대해 통치행위이므로 절대적이고 추정적으로 면책대상이라고 판정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를 들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면책 대상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타당한 건가요?
"국내에서는 그렇게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학계에서 통치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권력이 오남용된 사례들이 많다 보니 국내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통치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대에 국익과 관련된 국제적인 사안, 외교 행위에서 인정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이론이 정리돼 있습니다. 헌재의 판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영삼 대통령 당시 금융실명제를 국가긴급권의 일종인 긴급 재정경제명령으로 전격 도입했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는 건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며 심사를 했습니다. 다만 결론적으로는 합헌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반면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외교와 대미 관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부적합하다고 심사를 안했습니다."
-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미국 닉슨 대통령의 탄핵소추때 연방의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1년 6개월간 조사절차를 거쳤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 우리는 탄핵소추가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와 미국은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첫째로 미국은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결정합니다. 우리는 국회에서 소추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죠. 그러다 보니 미국 같은 경우는 정치적 탄핵이라고 부르고, 독일과 비슷한 시스템인 우리는 사법적 탄핵이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미국은 대통령이 궐위될 경우에 대한 준비 장치가 비교적 잘돼 있다는 점입니다. 부통령이 승계하면 됩니다. 그래서 닉슨은 당시 중간에 여러 증거가 드러나 사임하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우리는 그게 안됩니다. 당시 미국은 닉슨이 사임하면서 부통령인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했습니다. 우리처럼 권한대행이 아니라는 얘기죠. 그러니까 국정 공백은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 부통령 제도가 없고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다 보니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총리가 장기간 국정을 이끌고, 1년 6개월 조사를 한다는 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식의 시스템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기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9인 체제인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말이 많았습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3명의 재판관 중 2명을 임명하면서 일단락됐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한이 있는건가요?
"판례는 아니지만 선례는 임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한대행이 벌써 네번째를 맞으면서 권한 범위에 대해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현상유지적 권한은 되지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서 정한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변경하거나 혹은 그 정책을 직접 담당하고 수행하는 장관을 교체하거나 하는 것은 권한대행이 하면 안된다는 게 합의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관은 9명인데 그중 3명은 대통령이 실질적인 임명권을 가집니다. 헌법 정책에 대한 것들과도 맞물려 있어 대행이 임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밖에 6명은 국회나 대법원이 실질적으로 지명 혹은 선출하고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권한대행이 할 수 있다는게 지금까지의 학설이자 선례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이었던 박한철 소장의 후임을 임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8인 체제에서 결정이 나왔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 이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재판관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했습니다. 이런 선례가 있는 상황에서 임명 권한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행위는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 판사를 임명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옵니다. 탄핵 이전이라면 당연히 국회 추천 몫이 인정되지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에선 국회가 재판관을 추천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가지 이유를 들 수가 있는데 과연 탄핵소추안 가결 이전과 이후가 그렇게 본질적으로 다르냐는 게 첫번째입니다. 두번째로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들은 다 빠져야 되느냐 그것도 또 문제가 될 겁니다. 세번째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때는 재판관 8명에서 8 대 0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들도 정치적 영향없이 판결을 내렸다는 얘기입니다. 국회가 선출했다, 대통령이 지명했다만 가지고 완전히 그 편인 것처럼 보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영식 재판관이 주심을 맡고 있는 건 괜찮으면서 다른 건 안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가급적 늦추길 바라고 민주당은 그 반대입니다. 국민의힘은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실시될 조기 대선을 늦추기를 원하고, 민주당은 반대여서 그렇다는 분석입니다. 탄핵심판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우는 3개월이었고, 이번은 쟁점이 간단하니 한 두 달 걸릴 것이라는 얘기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내란죄는 굉장히 큰 사건일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쟁점은 많았지만 하나하나의 비중은 내란죄와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현직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둘째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법리 논쟁을 별로 안했습니다. 저쪽에서 주장하고 이쪽에서는 그냥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식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때 변론을 17번을 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한 거죠. 이는 정상적인 법리 논쟁이 있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내란죄와 관련해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비화폰이다 보니 물적 증거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동원됐던 계엄군이나 경찰들이 어떤 지시를 받았느냐는 점도 일일이 확인해야 될 겁니다.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도 여기에 해당할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지금은 수사 과정이지 형사소송 단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기소를 하면 형사소송이 시작되고 그때는 가능하겠죠. 다만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헌재가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심판 절차를 정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헌재법상 할 수 있다지 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헌재 스스로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데 아마 내란죄와 관련해 법원의 소송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보면 윤 대통령 임기가 다 끝날 겁니다. 그러면 헌재가 그 비난을 감당 못할 겁니다. 결국은 헌재가 형사소송 결과를 기다리기 전 우리가 먼저 한다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탄핵 심판에 있어서는 형사소송을 준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는 헌재의 탄핵 심판이 법원의 형사소송과 유사한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헌재에서 내란죄라고 했는데 법원에선 아니라고 판단하면 헌재로선 망신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헌재가 훨씬 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절차 진행을 하게 될 겁니다. 이는 탄핵심판의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로도 연결이 됩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도 탄핵소추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적으론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과 같은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인지, 아니면 국무위원과 같은 과반 이상인지가 논란이 됐습니다. 법 규정에 따르면 어떤 게 옳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제 개인적 의견하고 민주당의 태도하고를 나눠 말씀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다른 탄핵 소추 대상은 전부 다 재적의원 과반수로 의결하도록 돼 있는데 대통령만 3분의 2 이상입니다. 이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다수 헌법학자들의 해석입니다. 그런데 총리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재적의원 과반수로 하는 게 맞지 않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으로선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어렵습니다. 전에 방통위원장을 연속 탄핵 소추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게 되었을 때 직무대행에 대해 탄핵 소추를 했죠. 문제는 방통위원장은 소추 대상자인데 부위원장은 소추 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직무대행은 권한대행과 같으니 원래 위원장과 같은 조건으로 탄핵 소추된다고 주장하며 탄핵 소추를 했습니다. 이런 논리로라면 한덕수 총리 같은 경우도 대통령에 준해 탄핵 소추를 해야 일관성이 있습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과 부통령은 한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정부 1인자와 2인자가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국회가 나서 1인자와 2인자를 모두 직무정지시키는 게 정상적인 것이냐는 겁니다. 고건 총리나 황교안 총리가 아무 문제가 없어 권한대행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고건 총리는 당시 법률 거부권 행사도 했습니다. 민주당처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초유라고 하는 것이 갖는 의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목 부총리의 민주적 정당성은 더 약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경제만 하던 부총리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 등 국정 전반을 커버해야 되는 게 국가 전체에 있어서 얼마나 부담스럽고 불안정한 일이냐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 민주당은 비상계엄에 앞서 국무회의에 참가한 국무위원들도 '내란죄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겁니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범이라면 뭔가 함께 한 게 있어야지 공범입니다. 범죄 모의를 함께 하거나 실행을 함께 하거나, 둘 중 하나는 최소한 같이 했어야 공범입니다. 한덕수 전 권한대행도 그렇고 당시 국무위원들도 그렇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에는 사전에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고 또 현장에서도 다들 반대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도대체 무슨 계획을 같이 하고 무슨 실행을 같이 했겠습니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민주당이 통과시킨 '김건희 여사 일반 특검법'은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이 가지고, 수사대상도 15개로 거의 '윤 정권 특검'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포괄적이고 모호한 수사대상은 헌법상 문제가 있지 않나요?
"우리나라의 특검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모델로 한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검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우리 식의 특검법을 폐지하고 연방 항소법원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의회에서 법률을 만들어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건 삼권분립 위반이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문제가 제기됐고 이때문에 폐지한 거죠. 수사나 재판의 기준은 국회가 법률로 정합니다. 하지만 수사는 정부의 권한이고, 재판은 법원의 권한입니다. 그런데 국회가 특검법을 만들고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특별 검사로 임명해 수사를 시킨다는 건 수사권까지 국회가 행사하는 거 아니냐 삼권분립 위반이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우리도 수사권의 주체인 정부가 동의하고 양해했을 때 특검이 가능한 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국회가 다 하지 하는 건 위헌의 소지가 굉장히 큽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사법 리스크'라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이 되면 '셀프 사면'이 가능합니까?
"법상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법 원칙으로는 못한다는 것이 대부분 법률가들의 판단입니다. 영국에서부터 내려오는 수백년된 법 원칙 중 하나가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의 재판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있습니다. 자기가 자기 문제를 결정하는 게 어떻게 공정할 수 있겠느냐, 그런 것들 때문에 안된다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인 다수입니다."
-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헌을 통해 '87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치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4년 중임 개헌, 내각책임제 도입, 상하 양원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치 개혁과 관련,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제도가 문제냐 사람이 문제냐는 얘기가 있지만 30년 넘게 헌법 교수로 정치권과 소통하고 비판도 하면서 느꼈던 건 정치인이 말로 한 약속은 언제 어떤 식으로 깨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법으로 정하고 제도로 막아놔야 조금씩 바뀌는 것이지 제도는 놔두고 사람이 바뀌어 잘하자는 절대로 안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에 권한을 주고선 '이거 좀 쓰지 마, 그래야 나라가 잘돼'하면 안됩니다. 아예 그 권한을 없애버리고서 못쓰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 있어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화와 타협조차 없는 극단적인 진영 갈등인데,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제는 힘들지 않나하고 봅니다.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승자 독재는 하지 못하도록 여러 견제 장치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트럼프 1기때 공화당 의원들이 앞장서 대통령 명령 같은 걸 무효화시키기도 했죠. 연방제를 통한 분권적인 구조, 상원·하원을 통한 대통령 통제가 가능한 겁니다. 그리고 연방 대법원이 중재자로의 역할을 비교적 잘해왔습니다. 우리의 경우에 있어서는 정치 문화를 바꾸는 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닙니다. 내각제를 얘기하기에는 뿌리 깊은 불안과 국회에 대한 불신과 맞물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러는데 국회에서 내각까지 구성하도록 권한을 준다면 입법 독재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는 프랑스의 이원정부제, 분권형 정부가 낫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국정의 계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부분은 대통령이 맡고, 그리고 그때그때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을 바꿀 부분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맡는 겁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회가 예산권을 갖고 내각 불신임도 하고 이런 시스템이 지금 우리나라에 그나마 가장 잘 맞는 시스템 아닌가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동안 삼권 분립만 얘기했는데 분권의 다층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입법 집행 사법 3권을 나눠놨더라도 입법이 독재화되는 것도 문제고, 제왕적 대통령도 문제입니다. 사법은 이미 분권화가 돼 법원과 헌법재판소로 나눠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입법도 상하 양원으로 나눠서 입법 내부에서도 견제가 있어야 합니다. 이원정부제를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정부도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견제하고 경우에 따라 협력도 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바꿨을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지금 같은 경우는 거대 야당이라도 발목 잡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투톱 시스템이 되면 발목을 안 잡고 누가 더 잘하나 경쟁할 수 있을 겁니다."
- 윤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조치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다수당의 횡포'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수당의 횡포를 제어할만한 적절한 장치는 없을까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 다수당의 권한에 맞서거나 그 이상의 비중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했더라면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었어요.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률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이게 왜 위헌이고 왜 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했더라면 훨씬 더 나았을 겁니다."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