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보편관세를 외쳐온 '트럼프 2기'가 본격 출범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더욱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2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한국 수출은 1.5%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8.1% 성장한 것과 비교해 6.6%포인트(p)가량 줄어든 수치다. 수출은 반도체 호조 등에 힘입어 3분기까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주력업종 경쟁 심화 등으로 4분기 들어 둔화세를 보였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558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1%가량 증가한 바 있다. 이후 작년 3분기 월평균 578억9000만 달러로 10.5%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4.6%로 내려온 뒤, 11월 1.4%까지 추락했다. 12월 6.6%를 기록하긴 했으나,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내년 수출은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범용 반도체·석유화학 등 경쟁심화 품목의 둔화가 예상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따른 하방리스크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오는 20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선거 때부터 보편관세를 주창한 만큼, 강력한 미국 산업 보호,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는 적지 않다. 현재의 한국 흑자 중심의 한미 무역 구조에 대한 조정 압력이 심화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보편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3.1%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최대 8.3%까지, 자동차도 최대 13.6%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로 인한 국내 부가가치는 최대 10조6000억원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보편관세로 한국 수출액이 222억~448억 달러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보편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 감소하는 수출액(152억~304억달러), 미국이 제3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의 한국 중간재 수출감소액(47억~116억 달러), 상대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 한국 중간재 수출 감소액(6억~28억달러) 등이 포함된 추정치다.
연구기관들은 적극적인 외교 대응을 정부에 주문했다. 산업연은 "보편관세 부과 시 주요 수출국 간 경쟁보다는 미국 내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투자 유출 효과에 대한 우려, 보편관세 예외 또는 차등 부과를 위해 외교적 대응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 지역 저변을 넓히고, 생산기지 다변화 등의 마켓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수출은 중국과 미국에 집중된 상태다. 유럽, 동남아, 남미 등으로 저변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마켓 전략을 세우는 것을 검토해야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핵심은 규제와 조세인데 현재 한국은 외국인이 들어와서 돈을 벌어가지 못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민우기자 mw38@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