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도 1%대 증가에 머물고, 흑자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를 제시했다. 지난해 7월에 내놓은 전망치 2.2%보다 0.4%포인트(p) 낮춰 잡은 것이다. 2024년 경제 성장전망은 2%대를 간신히 넘겼다. 상반기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하반기에 둔화하고, 내수 회복마저 더딘 탓에 2.1%로 전망했다.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는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전망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1.9%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를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2.0%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통상 정부의 경제전망에는 성장률 상승에 대한 정책 의지를 담아서 다른 전망기관보다 높은 수치를 내놓지만, 이번엔 다른 분위기다. 김범식 기재부 1차관은 상세브리핑에서 "수출은 대외 요인으로 인해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내수는 고물가, 고금리 완화에도 불구하고 건설부진, 경제심리 위축이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24년 8.1%로 늘어난 수출은 2025년엔 1.5%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반도체 업사이클 조정,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전환 등으로 증가세가 약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재부는 "고성능 반도체, 조선 등은 양호한 흐름이 유지되겠지만, 범용 반도체, 석유화학 등 경쟁 심화 품목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수입은 1.6%로 전망했다. 소비·설비투자의 완만한 개선으로 증가 전환을 예상하면서도,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제약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는 올해는 800억달러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증가세 둔화로 흑자규모는 축소되더라도 국제 유가 하락이 수입 증가를 제약하면서 큰 폭의 흑자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는 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하면서 2% 이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등 공급 측에서 물가상승 요인 압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풀이다. 기재부는 "경기적 요인에 따른 압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기상여건,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원자재·농산물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