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라 게이튼스
조꽃씨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상상'(imagination)은 허구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는 특정 이미지로 상상되며, 이때 상상은 여성과 남성의 실제 삶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즉 상상은 물질적이고 사회적이며, 고로 정치적이다. 사회·정치 철학을 탐구하면서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모이라 게이튼스가 현재 사회의 상상계와 상상 매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이튼스는 호주의 철학자로 시드니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정치 철학과 페미니즘이다. 철학과 페미니즘의 관계, 신체 철학, 제도와 이를 체현하는 개인, 권리와 규범 이론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 성과를 냈다. 특히 스피노자의 이미지, 상상, 허구 개념 등을 재해석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을 새롭게 해석·확장함으로써 상상이 인간의 정서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상상은 인간의 감각 경험에 기반한 인식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상상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고 편향적이다. 게이튼스는 연구를 통해 상상이 어떻게 여성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 이미지가 수치심이나 열등감 같은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지 설명한다. 최근에는 조지 엘리엇의 문학과 비문학에 대한 혁신적 해석에 기반해 '실천으로서의 철학'을 다시 개념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책은 게이튼스의 사상을 요약 소개한다.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을 새롭게 해석·확장하고, 여성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수치심 등의 정서와 결합하는 방식을 밝히며, 현 사회에 파다한 성차별적 상상을 재구성할 가능성을 궁구한다. 차별적이고 편향적인 이미지들을 불식하고 대안적 상상계를 건설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저자 조꽃씨는 경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서강대 철학과 석사 과정에서 스피노자와 현대 프랑스 철학을 전공했다. 주요 관심사는 스피노자 철학과 신유물론 페미니즘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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