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서부지방법원이 31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사상 초유의 일로, 영장 신청부터 발부까지 33시간 넘게 걸렸다. 영장은 내년 1월 6일까지 유효하며, 실제로 집행된다면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금될 예정이다. 이렇게 참담한 상황까지 이른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된 적은 있으나 모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였다.

이번 체포영장 발부는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이튿날 새벽 해제된지 한달가까이 되는데도 수사당국의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25일, 29일 공수처 정부과천청사에 출석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세 차례 불응'이란 체포영장 청구 요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만약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하게 되면 윤 대통령은 공수처 과천청사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조사가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마련된 구인 피의자 대기실로 이동해 대기한다. 공수처가 피의자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윤 대통령은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 있어야 하며, 구속영장이 만일 발부되면 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해 불법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두가지에 근거한다.

첫째는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느냐는 점이다. 비상계엄 이후 검찰, 경찰, 공수처 등이 앞다퉈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중복 수사에 따른 혼선이 초래돼왔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립 등으로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라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만 있다. 공수처법상 내란죄는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포함돼있지 않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공수처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에 해당해 수사 권한이 있다며 수사를 이어왔다. 윤 대통령 측이 문제삼는 것은 이 부분으로, 적법한 수사는 당당히 응할 것이라는 말은 수사권한이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에 임하겠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왜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1심 재판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냐는 점이다. 공수처법은 제31조에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건의 제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할로 한다. 다만, 범죄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처검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건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대통령의 주소지인 용산구를 관할하는 서부지법이 원칙적 관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법의 위 조항은 형사소송법의 예외조항으로 , 원칙적 관할은 중앙지법이 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 사건을 서부지법에 기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 정계선, 마은혁 판사도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서부지법에 있다.

지난 한달새 계엄 2인자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등 군 최고 수뇌부, 경찰청장 등 군경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등의 우려가 별로 없는데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현 상황을 초래한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다. 윤 대통령 주장대로 비상계엄이 대통령에 주어진 고유한 권한을 사용한 것뿐이라면 이제라도 성실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해 체포영장이 실제 집행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건 비상계엄으로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대한민국의 국격을 또다시 추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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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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