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정국 불안의 영향으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 27일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기준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다.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환율 상승)한 것이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환율의 추가 급등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다간 1997년처럼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대규모 달러 자금 유출 징조는 없지만,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해외 자본유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는 달러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 나라가 달러 유동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이다. 과거 외환시장 불안은 실물거래에서 외화 유출이 선행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수지(BOP, Balance Of Payments)는 일정 기간동안 한 나라의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에 발생한 경제적 거래에 따른 수입과 지급의 차이다. 경상수지, 금융계정, 자본수지, 오차 및 누락 등 4개의 계정으로 구성된다. 이가운데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입의 결과인 상품수지(옛 무역수지) △운송, 여행, 건설 등 서비스거래의 결과인 서비스수지 △급료 및 임금수지, 투자소득수지 등 본원소득수지 △무상원조, 증여성 송금 등의 결과인 이전소득수지로 구분된다.

금융계정은 직접투자, 증권투자, 파생금융상품, 기타투자 및 준비자산이 포함된다. 자본수지는 채권자에 의한 채무면제 등을 기록하는 자본이전과 상표 등 마케팅자산의 취득과 처분 등을 기록하는 비생산·비금융자산으로 구분된다. 오차 및 누락은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의 합계와 금융계정 금액이 같지 않을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한 항목으로 국제수지 작성에 이용되는 기초통계간 계상시점, 평가방법상의 차이 등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3년 2분기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으며 흑자폭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월 한달 97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들어 10월까지 누적으론 742억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세부적으론 상품수지는 2023년 4월부터 흑자 전환했다. 올들어 10월까지 누적으론 780억달러 흑자다.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적자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금융계정에서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중심으로 자본 유출이 확대되는 추세다. 경상흑자 증감폭만큼 비슷한 규모로 유출 초과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에 더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 투자 관심이 커진 것과 달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과거보다 미약한 게 원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후 그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 전후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올들어 9월까지 해외 직접투자액은 465억달러에 달한다. 누적 투자잔액은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8000억달러 수준인 반면 외국인의국내 투자는 3000억달러 정도에 그친다.

비상시 쓸 수 있는 달러자금인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말 현재 4153억9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적정 외환보유액은 IMF(국제통화기금)나 BIS(국제결제은행) 등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평균 3개월 수입액에 만기가 1년 이내로 남은 유동외채를 더한 규모로 보는데 이를 큰 폭으로 상회한다. 다만 외환보유액은 2022년 초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 선물환 포지션 한도 상향 등을 포함한 건전성 규제 완화 △외화 대출규제 완화 △외환조달 여건 개선 △이종통화 결제 여건 구축 △외환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왑 확대 등 5가지의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달러화 공급을 늘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려는 조치다.

결론적으로 국제수지 측면에서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국 불안과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 고비용 구조 등으로 외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탈출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치적 안정과 국제 신인도 제고에 정치권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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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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