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민주당 의원 '군인복무기본법' 발의
"복종할 것만 명시해 국군 강령 혼란 야기"
"부당 명령에 굴하지 않도록…군 문화 바꿔야"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등으로 출동한 군인들은 우려와 달리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보좌진 등 일부 국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창문을 깨며 본청 진입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납득할 수 없는 명령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군인들은 물리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심지어는 철수 과정에서 시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군대는 상명하복이 중요한 조직으로 현행법은 군인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이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국민 분노가 커지고 진상 규명이 시작되자 지휘관들은 하나같이 "지시,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명하복의 조직이라도 정당한 명령이냐, 아니냐가 복종 의무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더욱 강하게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례에 비춰봤을 때 군인이라도 '부당한' 명령은 따르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서도 '군인이라도 위법한 명령에 대해선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명문 조항이 없어 상관의 명령을 틀린 것으로 판단하고 불복종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부당한 명령은 거부해도 된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는 등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회 부의장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계엄 사태를 방지하려는 취지의 '군인복무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위헌적 명령에 군인 정신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불법 명령에는 복종 의무를 거두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당한 명령에 불복하는 경우를 '항명의 죄'라고 명시한 군형법과 달리 2015년 제정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5조는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곧 사적인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직무상'이라는 규정만으로는 위헌·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도록 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것만을 명시하는 것은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군 강령에 큰 혼란을 야기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 의원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5조를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정당하고 직무상 명령의 범위에 속하는 명령에 한해 복종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군인이 복종의 의무를 지는 명령을 정당하고 직무상 명령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한정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이 의원은 "위헌적 명령에도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법률 때문에 수많은 군인이 내란죄에 의한 수사와 무거운 처벌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법규에 반하는 사항이거나 일반적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 등 군의 본래 목적에 위배되는 명령일 경우, 직무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사적인 업무지시 등의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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