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릴 비주류라고 부르지 마."
서브컬처가 약진하고 있다. 하위문화를 뜻하는 서브컬처는 사회적 인식 변화,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에 힘입어 저변을 넓히고 있다.
서브컬처에서 약진하고 있는 분야는 웹툰과 게임이다. 국내 웹툰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할 뿐 아니라 웹툰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드라마, 영화, 게임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간판 작품이었던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웹툰으로 영역을 확장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데 이어 넷마블의 게임화로 5000만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했다. 네이버 웹툰 '가비지타임'은 인기에 힘입어 팝업스토어를 열어 품절 사태를 일으켰고, 한국농구연맹, 신한카드 등과 협업을 펼치기도 했다. 오디오 웹툰, 이모티콘 등으로도 출시돼 IP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게임사들도 '원신', '승리의 여신: 니케', '블루아카이브' 등 서브컬처 대표주자들의 성공에 힘입어 저마다 서브컬처 게임을 신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스타 2024에서 '드래곤 소드', '명일방주: 엔드필드', '몬길: 스타 다이브' 등이 공개됐고, '서브컬처계의 지스타'로 불리는 AGF 2024는 75개 기업이 참여하고, 7만2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음악계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인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이세돌) 등이 서브컬처에 스며들었다. K-팝을 이끄는 아이돌 업계에서 '2D 스타'의 등장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세돌은 지난 27일 웹툰 단행본, 굿즈 제작 펀딩에서 88억원을 모금했고, 플레이브는 잠실실내체육관 콘서트 티켓을 10분만에 매진시키는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우리보다 서브컬처가 먼저 태생한 일본의 문화평론가 아즈마히로키는 서브컬처를 탐닉하는 이들을 '오타쿠'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본뜬 '덕후'라는 표현이 자리잡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산업포커스'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일본 오타쿠 시장 규모는 7164억엔(한화 7조원 상당)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에는 4억명이 넘는 서브컬처 이용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위주로 팬덤층이 형성돼 있다.
국내 서브컬처 시장 역시 웹툰, 웹소설 등의 콘텐츠로 시작해 최근에는 게임, 버추얼 아이돌과 버튜버(버츄얼 유튜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만화 시장은 웹툰이 인기를 얻으며 2011년 4362억원 수준에서 11년 사이 6배 가까이 성장했고, 게임 산업에서도 국내 매출 상위 10위 게임 중 10%였던 서브컬처 게임의 비중이 2022년에는 30%로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피규어나 애니메이션 굿즈 수집을 포함한 국내 키덜트(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6000억원대에 달했고, 향후 1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서브컬처 성장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 분야가 있다. 개인 간 콘텐츠를 창작하고 거래하는 '커미션' 영역이다. 커미션은 원래 '주문·발주' 또는 '수수료 및 중개료'를 뜻하는 단어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이용자끼리의 거래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겼다. 일러스트와 굿즈, 사운드, 글 등 분야도 다양하다.
창작물을 주문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신청자와, 주문에 따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커미션주(창작자)로 나뉘며, 이들은 거래로 자신들만의 취향을 공유하면서 콘텐츠의 생명력을 키운다. 커미션 거래로 제작된 2차 창작물들은 오리지널 IP의 세계관을 확장함으로써 팬들의 충성도를 높인다. 또, 창작자들의 제작 동기를 부여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주로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졌던 거래는 플랫폼으로 옮겨 시장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 커미션 중개 플랫폼 '크레페'는 최근 14개월 연속 커미션 중개 건수와 중개액이 모두 성장했다. 아트머그, 크몽 등의 플랫폼에서도 거래가 활발하다. 크레페를 운영하는 쿠키플레이스 측은 커미션 시장 규모가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동현 쿠키플레이스 대표는 "크레페의 14개월 연속 성장은 많은 관련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서브컬처 확산과 함께 커미션 산업이 성장을 이어가며 콘텐츠 산업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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