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를 무력으로 장악할 가능성도 암시했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한다고도 말했다. 농담처럼 들리긴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식 '협박 외교'다. 이런 접근법이 효과적 전략이 될지, 아니면 위험한 실험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린란드에 계속 '눈독'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스웨덴 대사를 지냈던 켄 호워리를 덴마크 대사로 발탁했다고 발표하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였던 지난 2019년 이후 꾸준히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펼쳐왔다.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에 있는 미국의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건네겠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계속 눈독을 들이자 덴마크는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을 대폭 증액했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지난 24일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 확대 패키지를 발표했다. 다만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은 채 "100억 크로네 단위"라고만 언급했다. 현지 매체들은 최소 15억달러(약 2조18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린란드의 인구는 약 5만7000명이고, 면적은 한반도의 9배 이상인 216만6000㎢다. 이 섬은 18세기 중반부터 1979년까지 덴마크의 직접지배를 받았다. 인구의 대부분은 그린란드 원주민이다.
지난 2009년부터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국방 및 외교 정책 등은 덴마크에 맡기고 덴마크령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덴마크 의회에는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의원 두 명이 있다.
그린란드에는 석유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을 포함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처럼 풍부한 자원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상업적 이익을 중시하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서의 본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군사적 요인도 거론된다. 그린란드는 전략적 요충지다. 미군은 그린란드에 최북단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를 두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이곳을 북극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공군 우주사령부 산하의 이 공군기지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운용에 중요하다. 유럽에서 북미로 가는 최단 사정거리가 그린란드를 통과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파나마 운하까지 탈환한다고?
미국은 파나마 운하 건설(1914년 완공)을 주도한 후 85년 동안 파나마 운하를 관리했다. 현지 주민들의 끈질긴 저항에 시달린 끝에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하를 완전히 반환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아메리카 페스트' 정치행사 연설에서 미국 선박에 대한 '과도한 파나마 운하 통행 요금'을 주장하면서 "관대한 기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완전하고 조건 없이 돌려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파나마 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파나마 운하의 최대 이용국은 미국이고 두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이를 놓고 파나마 운하를 무력으로 장악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당연히 파나마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욕심 부리다 망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에도 "미국의 51번째 주(state)가 돼라"고 하는 등 도발적 언사를 서슴치 않았다. 그는 "왜 우리가 연간 1억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캐나다에 지원해야 하냐"면서 "많은 캐나다인들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농담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예로 들면서 그가 기치로 내건 '아메리카 퍼스트'가 전통적 고립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의 태도가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식민지 개척식 팽창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세기 초반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지배권을 넘겨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옹호론자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강압적 외교 방식을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 좋은 것이 세계에도 좋다'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 외교의 틀을 뒤흔들면서 동맹국들을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 그린란드의 경우, 덴마크의 영토를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국제법과 주권 개념에 대한 무시다. 파나마 운하와 관련된 발언 역시, 중남미 국가들에게 미국의 패권적 태도를 재확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트럼프의 접근법은 단순히 그의 개인적 스타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21세기 국제정세에서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지는 별개의 문제다.
외교는 신뢰와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협박 외교'는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리더십과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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