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리 곁을 떠나기 전 반복적으로 7가지 유언을 남겼다. 그 중 "100년 이내 지구는 멸망한다"는 첫번째 예언은 우리가 깊이 새겨볼만한 내용이다.
이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감염병에 의한 인간의 멸종이다. 코로나19의 경험을 비추어 볼때 팬데믹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아마 멸종은 아니더라도 전 세계 인구의 급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전 세계 감염병 동향을 보고 있노라면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지구 어딘가에서 다시 몰아칠 수 있는 팬데믹 후보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아프리카에서는 마버그 바이러스와 엠폭스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모기매개 감염병인 뎅기열의 사망자 숫자 또한 점점 늘고 있다. 최근 고열로 한번만 고생하면 나았던 뎅기열이 중증에 이은 사망자 증가로 이어져 감염병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를 감염병의 전 세계 팬데믹화로 가는 최적의 출발지로 인식한다. 이는 기후와 인구밀도 때문이다. 기후가 온난한 동남아시아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지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팬데믹의 인자는 베이징, 인천, 도쿄 등에 있는 허브공항의 역할이다. 이들의 1일 이용객과 물류량은 북미와 유럽을 능가한다.
교통의 발전은 인간에게 이동의 편리함과 동시에 감염병 전파라는 양날의 검을 가져다 주었다. 코로나19도 대부분 공항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으며 그 기간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최적의 감염병 전파지인 아시아 대륙은 감염병 방역이라는 측면에서 또다른 취약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국가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서 보았듯이 아시아 각국은 서로 노력해서 해결하기보다는 각자 각국의 문제해결에만 치중하였다. 감염병이 최초로 발생한 국가가 초기에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다면 전체적인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전 세계 감염병 관련 학술대회 또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면 미국과 유럽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각자도생 전략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국제연합(UN)에서 아시아 지역을 55개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는 중저소득국으로 분류된다. 중저소득 국가들은 자국의 자원으로 감염병을 충분히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 지역의 선진국들은 이러한 상황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더욱이 역사적 배경으로 아시아 중저소득국 대부분은 일본의 도움을 그렇게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 대한민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향후 발생하는 감염병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런 취지에서 전 세계 감염병 연구 자금 기관들의 국제연합인 글로피드-알(GloPID-R, Global research collaboration for infectious disease preparedness)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허브로 대한민국을 지목하고 아시아를 넘어 태평양 지역을 포함하여 감염병 국제 공동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지원은 물론 외교부를 포함한 다부처의 다각도 지원 등 정부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리더십은 스스로 만들기보다는 주변 국가들이 인정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