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는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1997년 외환위기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랬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다고 외쳤지만 결국은 달러 부족으로 IMF(국제통화기금)에 손을 벌리는 상황을 맞았으며, 기업들의 무더기 도산에 따른 실업률 급등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스멀거리고 있다. 위기를 당길 방아쇠는 비상계엄과 이를 이은 탄핵정국의 장기화라는 '4류 정치의 리스크'이다.

'다수당의 폭주'를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개시함에 따라 원화 가치가 추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달러당 1464.8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4원 떨어졌다(환율은 상승). 주간거래 종가가 1460원선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화 가치(환율)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글로벌 성적표이다. 성적이 좋으면 원화 가치는 오르고(환율 하락), 성적이 나쁘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환율 상승).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당시로 추락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 신인도가 그만큼 나빠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달러 비축자금인 외환보유액이 4154억달러에 달한다고 해서 외환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해도 될 상황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예고, 중국 제조업의 거센 추격 등으로 주춤거리는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제품이나 부품, 원재료 가격도 올라 겨우 안정세를 찾은 물가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은행도 내수 부양을 위해선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그럴 경우 달러화 유출 등으로 환율은 더 올라 수입물가를 자극하게 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대한민국에 경제 위기의 비상벨이 울린 것과 다름없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만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은 난망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시급히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데도 여야는 민생은 아랑곳 없이 정쟁뿐이다. 누가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고, 민생을 위해 일하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꼭 심판해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정치인들을 몰아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대를 돌파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대를 돌파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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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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