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진짜 트라우마는,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나의 트라우마는, 오히려 몸 어디에도 아무런 손상이 없었던 시신이다. 30여 년간 시체를 보아온 나조차도 충격에 말을 이을 수 없었던 그날의 시신들, 가장 깨끗했던 299구의 시신들이다. 세월호에서 인양된 시신들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모든 희생자가 빠짐없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186쪽 / 가장 깨끗했던 299구의 시체에 대하여)

30년 가까이 법의학자로 일하며 4000여 건의 부검을 진행한 법의학자 이호(58·전북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가 쓴 책이다. 그동안 마주했던 여러 죽음의 이야기들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에서는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어린아이, 부부싸움 끝에 살해당한 부인, 의료 과실로 목숨을 잃은 여고생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도 항변할 수 없는 고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는 죽음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된다는 주제를 다룬다. 3부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죽음'에선 불운을 겪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마음가짐, 같은 세상을 사는 공동체로서 연대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막막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지만 길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때로는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쳐올 상실과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배워야 한다. 무심코 흘려 보내는 일상이 소중한 이유, 당연한 듯 존재하는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삶이 아닌 죽음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을 통해 '삶을 위한 죽음'을 배워보자.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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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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