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에는 한 해를 보낸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인해 연말 분위기가 제대로 나진 않지만, 각자가 2024년을 돌아보며 2025년을 준비할 시점이다. 우리의 숙제를 꼽자면 AI 기술로 인한 격차, 이른바 'AI 디바이드'를 줄이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달 딜로이트가 발표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말하는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포춘 글로벌 500대기업 CEO 중 내년 글로벌 경제를 낙관하는 비율은 42%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 조사(7%)에 비해 6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나아가 자사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한다는 비율은 84%에 달했다.
지정학적 불안정(60%)과 인플레이션(45%) 등 리스크가 잠재된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낙관론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7%가 향후 인공지능(AI) 및 생성형AI 부문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전년 대비 18%포인트나 증가했다. 최근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업무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생성형AI 열풍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정보기술(IT) 분야를 뒤덮을 전망이다.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는 아직 못 미칠지언정 AI 도입·활용은 분명 곳곳에서 확산하는 추세다.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기술 발전 정체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올 한 해만 해도 선두주자 오픈AI를 중심으로 음성·영상 등 멀티모달 기능과 추론 영역에 대한 개척이 이뤄졌다.
이렇듯 AI 시대 진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산업과 사회에서 AI 관련 격차는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9월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공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서 선도국 미국과 그 외 국가들 간 AI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AI인프라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xAI가 지난 9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장 규모 슈퍼클러스터를 122일 만에 완성한 데 이어 100만장 규모 확대 계획까지 이달 초 내놓는 등 이미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토터스미디어 보고서에선 지난해에 이어 6위를 그나마 유지했으나, 이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선 미국·중국·싱가포르·영국·캐나다 등 AI 선도국 그룹에 끼지 못하고 그 다음 단계인 '안정적 경쟁국'으로 다른 22개국과 함께 분류됐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의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올해 국내 AI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금액은 총 9007억원(215건)이다. 지난 한 해(7864억원, 218건)보다는 늘었지만 글로벌 AI 투자 열기엔 뒤처지고 연간 1조원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빅테크들과의 거리만 걱정할 게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공개한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챗GPT 열풍에도 생성형AI 서비스를 경험한 국민의 비율은 17.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33.7%)와 30대(28.2%) 젊은 층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60대(4.8%)와 70대 이상(1.4%) 고령자들의 사용 경험은 드물었다. AI기업들이 유료 구독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섰으므로 나중에는 AI 관련 편익의 부익부빈익빈도 있을 수 있겠다.
이로써 초래될 'AI 디바이드'는 이미 초고령화·양극화가 화두인 우리사회에서 기존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문제들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난 7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發) IT대란으로 세계 공항과 병원 등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에 블루스크린이 뜨면서 발생한 막대한 피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IT에 기대고 있는지도 깨닫게 했다. 사회적 약자와 정보취약 계층은 상당부분 교집합을 이루므로, AI의 효용이 커질수록 우리들 사이 거리도 벌어질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선도국과의 격차와 우리들 사이 격차를 함께 좁혀나가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해답의 공통분모 중 하나로는 'AI 리터러시'를 꼽을 수 있겠다. AI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그 속에서 AI 관련 인재도 더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국회에서 회기는 넘겼지만 해는 넘기지 않고 AI 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있다. 내년은 AI 리터러시 교육과 데이터·콘텐츠의 가치 등을 위한 하위 법령과 관련 법제도 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AI 3대 강국(G3) 도약이 한때의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만큼 AI를 잘하는 국민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건도 필요할 것이다. 내년에는 안팎에서 격차를 더욱 좁혀갈 수 있길 기대한다. d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