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모두 대통령 대행인 국무총리의 권한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싶어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궐위면 몰라도 직무정지 상태의 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난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할 뿐, 대행의 권한 범위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2016년 11월 30일 당시 민주당의 민병두, 우원식 의원 등 41인은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으나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대행자는 현상유지를 위한 범위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세 가지(국민투표 부의, 사면·감형·복권, 헌법개정안 발의)는 못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였다.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었다.

아울러 동 법안은 대통령 권한 대행자가 급격한 정책 변경이나 인사이동 등을 하면 국회가 해당 권한 행사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총리가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되기는 했으나 선출직이 아니므로 대통령의 권한을 온전히 대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는 대통령 권한 대행의 범위를 법률로 제한하려면 헌법에 법률로 위임한다는 조항이 있어야 하므로 동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현상유지'라는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제 집행상 혼란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당시 안전행정위원회 박수철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이 법의 세 가지 권한 제한에 대해선 '입법 취지에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대행 권한 제한에 대해서는 국회가 입법권 행사나 헌법기관 구성원 임명권 동의권한 또는 인사청문 등을 통하여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썼다.

법리적 논란은 차치하고 국익 관점에서 보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 있다면 대행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제약이 있다면 그만큼 대한민국의 국정에 공백이 생겨 대외신인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대행의 권한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권 행사를 포함하여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대행은 '현상유지'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도 없고 모호하기도 하다. 그저 관행과 정치적 판단의 영역일 뿐이다. 탄핵 인용 이전의 대행은 대통령의 컴백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용 이후 대행에 비해 권한의 폭이 좁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 역시 대행이 정치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국회는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이 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치가 불안한 지금, 행정부의 안정성을 지켜야 대외신인도가 유지된다.

국무총리는 신속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공석인 장관 자리는 즉시 채우길 바란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민주당의 추천을 받아도 좋겠다.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도 계속되어야 한다. 인사권이 없으면 총리는 공무원 조직을 움직일 수 없다. 공공기관장은 임기가 3년이므로 조금 다르다. 지금 임명하면 대부분의 임기를 탄핵 심판 이후의 정부와 보내야 하므로 당분간은 공석으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재임자가 있으면 후임 임명시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이미 공석이 발생한 공공기관에는 장관이 대행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총리는 당적이 있는 대통령을 대행하기는 하지만 본인은 당적이 없다. 국익만을 위해 불편부당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 양곡관리법 등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법안을 거부한 것은 이해가 된다. 정치적 법안에 대해서도 여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만을 고려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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