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재벌)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벗어나, 중소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등 자립도를 높일 경우 개별 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밸류업(가치 개선)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맞물린 불확실성을 기회로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벗어나 새로운 글로벌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레달의 퍼 스테니우스(사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3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의 관계에 묶여 빚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트럼프 2기 체제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한국의 미국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이 중심인 데 이들과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며 "이를 기회로 현지서 새로운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협업 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니우스 CEO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재벌 중심에 치우친 거버넌스 개선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구조의 거버넌스를 개선할 경우 투명·책임경영에 따른 예상 수익률과 주식가치 측정의 정확성, 외국 자본의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 자본의 접근성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에도 적용된다"며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단행된 개혁 이후 한국에서도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도 관련 개혁을 단행하면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거버넌스 원칙은 주가뿐 아니라 전체 시장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기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거버넌스 원칙을 따르면 주식가치 5~30%, 시장은 10~15% 각각 향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들(중기)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인 반면, OECD 국가의 평균 생산성은 50~60% 수준"이라며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적고, 글로벌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보다 특정 대기업의 요구에 맞는 제품에 더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은 한국 전체 고용의 90%가량을 차지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30~40%에 불과하다"며 "생산성 격차를 글로벌 수준으로 좁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상당한 경제적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테니우스 CEO는 핀란드 출신으로, 이러한 흐름을 과거 핀란드 경제 상황에 대비해 설명했다. 핀란드는 금융권 중심의 폐쇄적인 거버넌스로 주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였지만, 유럽연합(EU)에 편입되고 오픈된 거버넌스 구조가 형성되면서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테니우스 CEO는 "핀란드는 '내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열악한 거버넌스와 상당히 폐쇄적인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경제로 전환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체질이 약한 기업은 몰락하겠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더 강력하고 집중적인 전략·운영이 부각돼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견고하게 구축된 산업 거버넌스가 변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과정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벤처 자본이 추가되는 진정한 가치가 더해져 새로운 글로벌 기업을 창출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CEO). 레달 제공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CEO). 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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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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