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퀄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업과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간 법정공방의 승패가 갈렸다. 두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사) 간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삼성전자 등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PC, 자동차를 아우르는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 퀄컴의 파워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기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반도체 설계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암(Arm)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반도체 설계 라이선스 침해 소송에 대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이 재판 불성립(Mistrial) 판결을 내렸다.

이날 누비아(Nuvia)의 암 라이선스 계약 위반 여부에 대해 배심원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누비아를 인수한 퀄컴의 경우 암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이 났다. 또 퀄컴이 누비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오라이온(Oryon)'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개발해 판매하는 것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봤다. 퀄컴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내달 공개할 '갤럭시S25' 시리즈에 퀄컴의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탑재할 예정인 삼성전자도 이번 판결로 고민거리를 덜었다.

앞서 암은 지난 10월 퀄컴이 오라이온 2세대를 장착한 이 시스템온칩(SoC)을 공개하는 '스냅드래곤 서밋'을 열고 있을 때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보, 퀄컴의 암 기반 칩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 바 있다.

현재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에 들어가는 저전력 반도체 시장은 대부분 암의 설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랜 동반자였던 퀄컴도 여전히 최대 고객 중 하나다. 하지만 2020년 엔비디아의 암 인수가 불발될 때 퀄컴이 거든 데 이어, 퀄컴이 애플 출신 반도체 설계 전문가들이 차린 스타트업 누비아를 2021년 1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누비아는 통상 암이 설계해놓은 표준 프로세서 코어 기반으로 칩을 개발하는 기술라이선스계약(TLA)이 아니라, 암의 명령어집합아키텍처(ISA)에 대해 직접 자체 코어를 설계하는 식으로 보다 저렴한 아키텍처라이선스계약(ALA)을 통해 오라이온 아키텍처를 만들었다.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이를 사용하자 암이 라이선스 조건 위반을 사유로 사용 금지와 재협상을 요구, 2022년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판결로 퀄컴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AI PC용 CPU 시장 공략 등 신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퀄컴은 "혁신에 대한 권리를 확인해 준 것"이라 평했고, 암은 성명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을 담당한 마리엘렌 노레이카(Maryellen Noreika) 판사는 "다시 재판을 받아도 일방이 확실한 승소를 거둘 거라 생각지 않는다"며 양측에 합의를 권했다.

암 아키텍처 기반 CPU가 최근 서버 시장까지 조금씩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로 암 라이선스의 적용ㄷ 범위에 대한 재해석과 우회로 모색도 세계적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암의 지배력 약화에 따라 국내 팹리스들도 IP 라이선스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오픈소스 기반 ISA인 리스크파이브(RISC-V) 등 개방형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로 기술 종속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결국 핵심 IP 의존도가 관건인데, 중국이 국책으로 RISC-V 관련 상용화까지 전폭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우리도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팽동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