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지원이 확정되는 등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력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 경제계는 현지 투자 리스크 해소와 함께 대관 능력을 강화하는 등 수출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부역주의' 빗장을 여는 모습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 테일러 반도체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다. 미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하루 앞서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직접 보조금이 확정됐다. 양사는 이번 보조금 확정으로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LA모터쇼 개막 시기에 맞춰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기함 아이오닉9을 LA서 첫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축소 또는 폐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기대작인 아이오닉 9를 미 시장에서 최초 공개했다는 점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고 이날 귀국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 저는 한국은 저력있으니 정상으로 돌아올 거다,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체류 기간, 트럼프 측 신(新)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은 16일(현지시간)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하고, 대부분 일정을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주니어와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과 현지 투자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는 등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표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져왔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수출을 이끄는 핵심 품목이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현지 경쟁력 위축에 대한 불안감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신정부 출범에 앞서 보조금 규모가 확정됐고,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가동에 이미 들어가면서 이러한 불안감이 점차 해고되는 분위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내정자는 지난달 LA모터쇼에서 가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 결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에 결정난 사안"이라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개정이나 환경규제, 관세 관련 변화에 대한 솔루션으로 현지화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등 경제계의 대관 역량 강화도 활발이다. SK그룹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출시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미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 총괄 선임으로, 현대차그룹은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를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각각 임명했다. 트럼프 정부 체제서 수혜가 예상되는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국방 출신인 마이클 스미스를 한화디펜스USA 법인장, 마이클 쿨터를 해외사업 총괄 대표로 연이어 선임했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미주지역본부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미 주(州)정부와의 경협위원회를 신규 구축하는 등 국내 수출 기업 지원 기반을 강화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생산, 고용, 기술 혁신 등 기업 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경제와 통상협력의 정책 기준 돼야 하고 교역·투자 관련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하는 것에 양국 경제계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수연·장우진기자 jwj17@dt.co.kr

폴 딜레이니(왼쪽부터)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 부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그룹 싱크탱크 수장(사장),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대표. 각 사 제공
폴 딜레이니(왼쪽부터)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 부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그룹 싱크탱크 수장(사장),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대표.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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