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의 향방'이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조기대선'을 향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말이 나오지만 속단은 이르다. 여전히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주자들은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주가가 오른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가장 유리한 인사는 이 대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도 독보적이다. 이 대표 측에선 대선의 'ㄷ'자로 꺼내지 말라며 바짝 몸을 사리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민생경제'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국정안정을 주도하려는 모양새다. 최근엔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도 내려놓으면서 강성 지지자와는 잠시 거리를 뒀다.
다만 이 대표의 대권 가도는 헌법재판소에 달려있다. 헌재가 국정 공백 등을 고려해 인용 결정을 앞당기면 내년 5월에 대선을 치를 수 있다. 반면 헌재가 최장 180일 기간 사건 심리 기간을 채우면 7월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법 위반 등 법원 선고 결과와 맞물려 대권 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 최근에는 우 의장이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탄핵 국면에서 여야 대립이 심화되자 '중재자 역할'이 각광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에는 재계를 비롯한 안보·종교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현장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우 의장은 조기 대선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본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관측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여야정협의체, 추경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냈고,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도 참석했다. 당내 기반을 넓히는 작업도 꾸준하다. 김 지사는 22대 총선 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부침을 겪었던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세력도 경기도정에 영입했고, 지난 20일에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하고 즉각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5일 입국한 직후 이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을 차례로 만났다. 12일에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번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겨냥한 비판 메시지를 꾸준히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일엔 4·10 총선 과정에서 '비명횡사' 공천으로 낙선한 비명계 의원 모임인 '초일회'와 만나기도 했다.
내년 3월31일에 대선 출마 연령 하한(만 40세)에 이르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저비용 선거와 고효율 소통" 의지를 보이며 몸풀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최연소 당대표를 지냈다가 축출됐던 그는 "쓰레기차 가고 분뇨차 오는 상황"이라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동시에 적격했다.
여권 잠룡들도 활발히 움직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개 SNS 등으로 '이재명 저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스러운 건 이 땅의 보수세력은 아직 건재하고, 상대가 범죄자·난동범 이재명이란 것"이라며 대권 재도전을 시사했다. 오 시장도 지난 19일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2심 유죄'를 계기로 "법원은 이번에도 대북송금이 이재명 방북비용이란 결론을 내렸다"며 각을 세웠다.
안철수 의원은 당 'AI 3대 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위원장 활동을 개시하고, 이날 '윤석열표 의료개혁 전면 중단'과 '전공의 처단 불법 포고령 사죄'를 촉구해 IT전문가·의료인 출신이란 강점을 살렸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투표에도 앞장서기도 했다. 일찍부터 반윤(반윤석열) 목소리를 내 온 유승민 전 의원도 주자로 거론된다. 유 전 의원은 21일 CBS라디오에서 "당이 완전히 망하는 코스로 가고 있다"며 당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대권 도전에 관해 "지금 말할 수는 없다"고 열어뒀다. 다만 유력한 대권 잠룡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16일 직을 사퇴한 뒤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과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지난 21일 오후 노원구 경춘선 공릉숲길 열린 '경춘선 공릉숲길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