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민주당 의원 '국회법 개정안' 발의 "국회의장 지휘, 사법경찰관리 직무 수행해야" "비상상황에도 국회 권능 행사 가능하게끔"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경비대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처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국회를 지켜야 할 국회경비대가 계엄을 해제하고자 달려온 의원들은 막아서고 계엄군에게는 길을 내어줬다는 사실 때문이다.
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의원들의 설명에도 출입은 불가능했다. 국회 출입문이 봉쇄되자 우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불법이고 내란이다", "내 직장인데 왜 못 들어가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계엄 선포의 위헌성이나 위법성과 별개로 국회의원의 국회 등원 봉쇄가 가능했던 건 현행 국회 경호 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 경호는 3선 체계로 운영 중이다. 1선인 국회 경위는 원내 회의장 질서 유지와 의전 경호 업무를 담당하고 2선인 국회 방호원은 국회 경내 주요 건물 경비와 방호 업무를 맡는다. 3선인 국회경비대는 국회의사당 경내와 각 출입문, 외곽 경비 임무를 수행한다. 국회 경위와 국회방호는 국회사무처 산하 경호기획관실이 담당이기에 국회사무총장과 국회의장이 지휘권을 갖는다. 반면 국회 출입자와 출입차량 통제를 맡고 있는 국회경비대는 서울경찰청 산하 직할대 조직으로 최종 지휘권이 경찰청장에 있다. 이로 인해 의원들의 국회 출입 봉쇄가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20일 검찰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전면 출입 통제 조치를 하달하는 등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목현태 국회경비대장도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직무에서 배제했다.
헌법뿐 아니라 국회법 제148조의 3항도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체계를 유지할 경우 국회의 의사나 국회의장의 지휘에 반하는 행위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발간한 '국회 경호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서 국회 출입자와 출입차량 통제를 담당하는 조직이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시행규칙'에 규정돼 있는 건 삼권분립 가치와 국회 자율권에도 위배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회의 자율권은 의사나 내부 규율 제정의 자율권과 의사 운영의 자율권뿐 아니라 국회 내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내부 경찰권, 의회 가택권을 포함하고 있다. 이때 국회법 제10조는 국회의 질서유지를 의장의 직무로 명시하고 있기에 내부 경찰권과 의회 가택권의 행사 주체는 국회의장이라는 게 전 조사관의 설명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은 의회 내 질서유지권을 국회의장의 배타적 권한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의회경찰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은 연방경찰이나 경찰의 파견을 받아 의장이 지휘 감독하도록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소속돼 국회의장이 지휘하는 국회경찰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에서 파견된 경찰공무원이 아닌 국회의장이 선발·지휘하는 독립적인 국회경찰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국회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회법 제144조 제2항에는 '국회 회의장 밖 경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의장이 정부에 경찰공무원의 파견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를 '회의장 밖과 국회 규칙으로 정하는 국회 인근에서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회에 국회경찰을 둔다'로 개정하도록 했다.
여기에 '국회경찰은 그 업무 수행 중 인지한 범죄에 대하여 직무상 또는 수사상 긴급을 요하는 한도 내에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한다'와 '국회경찰의 신규채용, 시험의 실시, 승진, 근무성적평정, 보수 및 교육훈련, 조직, 업무 지역 및 직무 범위는 국회규칙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신설하도록 했다.
정 의원은 "지난 3일 국회를 지켜야 할 국회경비대는 제 기능을 못하고 의원과 보좌진의 출입을 통제해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 행사가 무력화될 뻔했다"며 "국회경찰 도입으로 어떤 비상상황 속에서도 국회가 통제되거나 국회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