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단·폐쇄 리더십, 무능과 오만으로 실패… 文정권과 유사
李 '다수당 폭주·위헌 입법 반성해야… 재판 꼼수 지연 말아야
"정치는 타협·협치"… 포용성·다양성 중시 민주적 리더 필요해
사법, 정치화해선 안돼… 제 역할 해야 법치·민주주의 살아나
4년 중임 개헌보다 정당개혁 중요… 美 '순수 대통령제' 바람직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동욱기자 fufus@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과잉신념 및 확증편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생존 전략이 충돌하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치명적 오판을 내렸습니다."

19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67)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정치 학자 및 평론가답게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의 탄핵 정국과 정치 상황 및 미래 바람직한 정치개혁 방향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김 교수는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을 가진 윤 대통령은 무능과 오만으로 실패했다"며 "문재인 정권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도 확증편향 성향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같은 우(愚·잘못)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 혹은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는 위헌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대표가 보여준 '다수당의 폭주', '연성 독재' 경향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이 제 역할을 해야 법치와 민주주의가 살아난다"며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대법 판결이 나온 후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후에야 사면이 가능하다며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셀프 사면'이 불가능해 국정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은 신속한 것도 중요하지만 신중하면서도 공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극 체제는 다극 체제를 이길 수 없다"며 여야 모두 당내 자유로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개혁과 관련해선 "정치는 타협이고 협치"라며 "포용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민주적 사고의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4년 중임제 개헌을 한다고 해서 모든 정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정당 개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식 정당제나 '순수 대통령제'처럼 의원들이 중앙당이나 당대표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나와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계량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공저로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과 국가발전'이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지만 국정의 혼란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국정을 조기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혼돈의 시대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때는 탄핵소추가 통과되고 헌재 판결이 나오기까지 63일이, 박근혜 대통령은 91일이 걸렸습니다. 국정 안정을 위해서는 몇가지 원칙이 정해져야 합니다. 첫째는 경제 및 안보와 관련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 권한대행의 재의권(거부권)이나 임명권을 놓고 충돌하게 되면 야당은 압박을 할 수 밖에 없고,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소추를 하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외생적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곧 출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파병 등 복잡한 상황입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세번 만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패싱한 상태에서 북과 빅딜을 하는 겁니다. 그것도 헌재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이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경제와 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1차 탄핵소추안을 보면 미·일 중심의 가치 외교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때도 중·북 중심의 가치 외교를 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든 트럼프 당선인이든 대중국 봉쇄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외교 안보와 국익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미국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경제와 관련해선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의 언행이 상당히 모순적이고 충돌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내년 감액 예산을 통과시켜 놓고 추경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본예산도 시행 안됐는데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추경 얘기를 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수출 산업이 어려운데 국회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켜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민주당은 반기업적 법을 양산하고 압박하고 있죠. 국정 안정을 흔들었던 데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인데 정략적 프레임을 몰고 가면 안됩니다. 헌재의 신속한 판결만을 얘기하는 데 신중하면서도 공정한 판결이 이뤄져야 합니다."

-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평상시 군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비판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든 거대 야당의 횡포 또한 그동안 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된 건 사실입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십니까?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분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치 행위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헌법이나 계엄법의 요건에 맞아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이 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고 하면 과거 군부 시절이나 유신때의 논리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제6공화국 헌법 개헌때 국회에 계엄 해제 결의권을 줬습니다. 계엄을 할 때는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거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위헌적·위법적 상태에서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다수의 폭주'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이 190년전 민주주의의 위험성 중 '연성 독재'를 꼽았습니다. 그게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적나라하게 재현됐습니다. 계엄이 잘못이라 하더라도 국회내에서 민주당의 다수의 폭주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겁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준 위헌적인 것들도 반드시 잘못을 지적해야 합니다. 둘째 통치 행위라고 할 때 형법에서 규정된 내란죄이냐 아니냐는 사법적인 영역입니다. 민심은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비율이 높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막고 특정 인물 체포를 지시했다든지,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심의 과정을 거쳤느냐는 점이 중요합니다. 비상계엄을 내란죄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헌재가 판단할 겁니다. 내란죄에는 국헌 문란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회나 중앙선관위에 군을 동원한 게 국헌 문란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벌어질 겁니다. 덧붙여 민주당도 그동안 다수의 폭정을 하면서 국헌 문란에 대한 행위를 굉장히 많이 했다는 것은 추후에도 검증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 윤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 된 근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통령이 처음 선출될 때 통상 국민들이 기대를 합니다, 이를 '익스펙테이션'(expectation)이라고 합니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찍은 건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위선 그리고 실정을 심판한 겁니다. 당시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입니다. 탈원전으로 원전 산업을 황폐화시켰으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3불(3不) 정책이라 해서 안보 주권을 중국에다 넘겼죠.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살됐는데도 인권 대통령이라던 문 대통령은 무시했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 저소득층을 오히려 고통받게 한 소득주도 성장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정상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그런 정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죠. 다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잘못됐을 때는 빠르게 수정해야 했는데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선에서 국민들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나라를 두동강낸 것을 고쳐달라고 한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갔습니다. 문의 리더십이나 윤의 리더십은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끌고 가는 만기친람식 리더십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어요. 대통령의 의사결정 모델 연구에 따르면 통치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것은 대통령의 퍼스낼리티(Personality), 즉 개성이라고 합니다. 개성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건 다섯가지입니다. 첫째는 상황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는 겁니다. 문 대통령때는 체제 변혁, 기득권 교체 상황으로 봤습니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이 체제를 전복시키려고 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된다는 상황 인식과 신념을 가졌습니다. 또 하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라는 선호에 대한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은 즉흥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을 좋아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의료 개혁입니다. 많은 국민들은 의대 증원을 찬성했지만,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했을 때 여러 문제들이 있어 소프트 랜딩할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2000명 증원을 발표한건 충격적 요법이죠. 셋째는 역대 대통령이 못했던 걸 자신은 할 수 있다는 확증편향과 과잉신념입니다. 비상계엄이 그 사례죠. 의사결정 모델에서 중요한 또하나는 스타일입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걸 좌지우지 하려는 만기친람식 리더십, 폐쇄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었죠. 정치하고 수사는 다른 겁니다. 2021년도 11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확정적 중범죄자라고 했어요. 그런 사람이 야당 대표가 되니까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고 한거죠. 검사적 시각에서 통치를 한 겁니다. 이게 불행의 씨앗이었던 겁니다. 정치는 타협이고 협치인데 야당 대표를 2년동안 안 만났어요.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거죠. 이런 상황 속에서 야당은 집요하게 탄핵 전략을 펼쳤고, 의회를 통한 정부 무력화 전략이 먹혀 들어간 겁니다. 절제하면서 야당과의 관계를 가져야 되는데 그것마저 끊어버리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된 겁니다. 물론 이는 윤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이재명 대표도 책임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탄핵시켜 빨리 조기 대선을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생존전략과 윤대통령의 확증편향이 충돌하면서 윤 대통령이 치명적인 오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윤 대통령의 지난 2년 7개월간의 통치는 '바람직한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리더십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비상계엄의 첫번째 교훈은 리더는 정상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된다는 거죠. 윤 대통령의 경우 검찰총장을 하다 9개월 만에 대통령이 되다보니 정치 학습 능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유능한 참모들을 통해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데 자기 신념이 강해 그것마저 어려웠습니다. 또 하나는 권력을 사익,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할 위험성이 있는 사람은 안됩니다. 민주적인 사고와 태도를 가진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의회 정치를 공부할 때 민주주의는 완벽한 것이 아니다라는 교수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기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이라는 겁시다. 그래서 좀더 완전을 향해가려면 서로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만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흑과 백을 섞으면 회색이 됩니다. 회색이 아름다워야지 민주주의가 성장합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용성과 다양성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플루럴 데모크라시'(Plural democracy)라는 다원 민주주의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와 다양성이 핵심입니다. 하버드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는 민주적 규범에 필요한 이 두가지가 없으면 무너진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1기는 이것이 없었기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트럼프 2기도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입니다. 리더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힘을 자제하며, 나아가 포용성과 다양성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덧붙여 모든 것을 정략적으로만 보지 않아야 정치는 정책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주지사나 상원의원 정도가 돼야 대통령이 되지 하원의원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험대에 오른 상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로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있습니다. 원 상태로 회복한다는 뜻입니다. 절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구조로 만드는 겁니다. 미 국무부가 최근 대한민국 상황에 대해 법치와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지탱되는 건 법치 덕분입니다."

- 그렇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법치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때문입니다. 정치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하고 법으로 넘기고, 대통령을 탄핵소추해 헌재로 가게 한다든지 하는 게 대표적 사례죠. 지금도 헌재와 대법원 판결에 의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되는 상황입니다. 법치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원리에 의해야 합니다.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1, 2, 3심은 각각 6개월 3개월 3개월내 마쳐야 합니다. 이는 임의규정이 아니라 강제규정입니다. 이런 법조차 안지키는 사법부가 어떻게 법치를 거론할 수 있겠습니까. '리버럴 데모크라시'(liberal democracy) 즉 자유민주주의는 '콘스티튜셔널 데모크라시' (Constitutional democracy)입니다. 헌법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인 것이죠. 지난 2001년 1월 미국이 개헌을 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이 헌법 조문을 모두 낭독했습니다. 헌법은 도큐멘테이션(문서)이 아니라 정신입니다.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게 반법치인 거죠.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로서는 재앙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법을 만들 때 세가지를 고려합니다. 첫째는 법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느냐는 점이고, 둘째는 법이 시행됐을 때 효과가 있느냐는 점입니다. 세번째는 법 실행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느냐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이 세가지를 다 무시하면서 힘을 과시합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깨어 있는 국민이 나라를 바꾼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했다면 왜 대통령에 주어진 합법적 권한을 사용해 거대 야당을 견제하고 국민들에 호소하지 않았나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나요?

"미 레이건 대통령이 1981년부터 8년간 통치를 했습니다. 퇴임 직전의 지지도는 60%를 넘었어요. 여대야소의 '단점 정부'(unified government)였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은 8년 중 6년이 여소야대였습니다. '디바이디드 거버먼트'(Divided Government)라고 얘기하는 '분점 정부'였죠. 오바마 대통령도 6년을 여소야대로 보냈습니다.그런데도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하면서 풀었습니다. 현안이 있으면 야당 대표와 만나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렇지 않으니 야당은 생존 전략 속에서 행정부를 공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만 20여차례 했죠. 그리고 법안과 관련돼 대통령의 재의결권을 어떻게 보면 유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극한 대결 구조를 풀 수 있는 것은 결국은 대통령의 리더십입니다. 협치는 야당이 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겁니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었어야 되는데 윤 대통령은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의 이중 권력 시대라고 하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과 같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2000년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이끌었던 한나라당이 133석(전체 275석)으로 1당이 됐어요. 새천년민주당는 115석으로 2당이 됐습니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 총재를 네번이나 만났습니다. 당시 의약분업이 문제가 심각해져 이 총재가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제안, 두분이 만나 풀었습니다. 의료 개혁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왜 원포인트 회담을 안했죠? 수사는 수사고 정치는 정치입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모습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결정적인 것은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전 검찰에서 28년간 있다 보니 검찰 조직문화가 배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검찰 조직 문화의 핵심은 검사 동일체라고 해서 상명하복입니다. 그러니까 집권당은 무조건 대통령에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의회는 여야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여야 당을 완전히 무력화시켰습니다. 정권 창출에 이바지했던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고 안철수 의원도 내쳐버리고 결국 여당이 여당으로서의 기능을 못하게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당정에 대해 일치가 아니라 분리를 얘기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집권 5년동안 여당 대표를 단 한 번도 청와대에서 만난 적이 없습니다. 독자적으로 하라는 거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정치로 풀 것을 정치로 못푼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수많은 연구를 했는데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의 자격은 '컴피턴스'(competence·능력)와 '인테그래티'(intergrity·진정성) 두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능과 위선으로 망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무능과 오만으로 망한 겁니다. 정책 능력이 없습니다. 진정성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을 지키고 어려워도 원칙을 견지하는 것입니다. 편법과 꼼수가 유능한 것처럼 비춰지고, 전략만 있지 철학이 없어선 안됩니다. 공학적 시각에서만 정치를 보면 비전과 꿈이 없습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동욱기자 fufus@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박동욱기자 fufus@


-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닥치고 탄핵·특검·고발을 해와 '의회독재'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어왔습니다. 행정부에 주어진 예산 편성 권한도 침해했습니다. 과거 정치사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인데 삼권분립조차 위협하는 거대 야당의 독주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현행 헌법상으로 정부가 가진 권한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헌법 8조에 나오는 정당해산에 대한 것이고, 또하나는 비상계엄입니다. 이 두가지는 마지막 카드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제도적으로 해결하느냐 정치적으로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정치력을 통해 풀어나가야 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사법부의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위헌적 행태가 나오면 위헌 소송이나 판결을 통해 막아줘야죠. 사법은 마지막 보루입니다. 사법부가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든지 여론을 따지면 기능이 망가지게 됩니다. 가령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하는 건 사법 방해일 수 있습니다. 이건 사법부가 엄하게 경고해야 합니다. 또 국회에서 상임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의원를 나가라고 하는 건 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년내 마치도록 하고 있는데 법원이 안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구도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대선 전망보다도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얼마전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선거법 2심과 관련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주장했는데 그러면 윤 대통령도 이를 적용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죄는 확정된 거고 자신은 무죄 추정이란 말이 맞을까요? 또한 조기 대선이 이뤄질 수 있는 첫 조건은 이 대표의 사법 판결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법부가 분명한 재판 일정을 밝혀야 합니다. 왜 헌재의 신속한 재판만 요구하지 이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교사 재판은 늦춰집니까? 선거법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6-3-3 원칙을 얘기했기 때문에 최소한 내년 2월 15일까지 2심 판결, 5월 15일까지는 3심 판결을 하겠다고 대법원장이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돼야 헌재의 판결과 더불어 투명한 상태에서 조기 대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둘째는 비상계엄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위헌적 입법 활동도 분명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사법 리스크'라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이 되면 '셀프 사면'이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다릅니다. 미 대통령의 사면권은 막강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안 나와도 할 수 있고, 대통령 자신도 사면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사면을 하려면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됩니다. 대장동·백현동·성남 FC와 불법 대북송금 재판은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중단 상태가 될 겁니다. 재판 결과가 안나오면 사면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대표가 검찰의 정치 보복성 기소가 잘못됐기 때문에 재판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데 보복성 기소라 하더라도 판결은 법원이 하는 겁니다. 당당하다면 스스로 재판 일정을 빨리 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게 잘못된 확증편향입니다. 이런 확증편향을 가지고 재판을 해결하기 위해 방탄이 나온거죠.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똑같은 우(愚)를 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당당해야 합니다."





- 국민의힘은 내분 상태입니다. 친윤과 친한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분당하지 않을까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보수가 다시 살아날 방안은 없겠습니까?

"2016년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하지 말고 책임과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뤄지지 않았어요.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이 나가 분당이 됐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5개월만에 사퇴를 했습니다. 당을 장악하는 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던 거죠. 12명 정도가 탄핵에 찬성한 건데 20명 정도 되는 친한계마저도 뭉치지 못한 겁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다음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친한계인 장동혁·진종호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체제가 붕괴됐는데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준 거죠. 분당을 한다 하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거 바른정당처럼 원내 교섭단체를 이루기 힘들 겁니다. 한 대표는 73년생인데 차기 차차기까지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길게 호흡해야지 짧게 호흡하면 안됩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2016년 탈당을 하고 바른정당에 갔다가 나중에 복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입니다. 일극 체제는 다극 체제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2002년 1월 차기 대권 후보 적합도에서 이회창 후보가 50%가 넘었습니다. 당시 이회창 총재 체제는 지금 이재명의 일극 체제와 거의 같았습니다. 2000년도에 공천 학살로 다 쳐냈습니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국민 참여 경선제라고 새로운 방식을 통해 노무현을 후보를 선출했고 결국 노풍을 일으켜 대통령이 됐습니다. 일극 체제인 이재명 대표는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습니다. 야당도 수권 정당 그리고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이재명 일극 체제를 던져버리고 자유로운 경쟁 체제로 가야 합니다. 김부겸 김동연 김경수 정세균 이낙연 등이 경쟁해야 합니다. 보수도 오세훈 홍준표 원희룡 이준석까지 들어와 범보수의 단일화를 통해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2017년 대선때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1.4%였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24%, 안철수 21.4%, 유승민이 6.8% 등 보수를 합치면 52.2%였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통합돼 붙으면 48대 52 구도입니다. 양자 대결 구도로 갔을 경우 한쪽이 다 가져 가기 쉬운 구조는 아닙니다. 지난 대선때도 0.73% 밖에 차이가 안났습니다. 당장 대선을 하면 민주당이 유리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미래를 위한 대통령으로 누가 낫느냐라고 여론이 형성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5년인 대통령 임기와 4년인 국회의원 임기가 달라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각에선 4년 중임제로의 개헌, 중선거구제 개편 등의 얘기도 나옵니다. 중장기적으로 정치 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가지의 잘못된 함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첫째는 제도의 문제냐 운영의 문제냐는 겁니다. 4년 중임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하고 저렇게 국회가 '다수의 폭정'을 하더라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4년 중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5년 단임을 하더라도 협치하고 정치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안맞는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이 전횡을 저지른다면 8년이 더 문제가 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 개혁입니다. 정당이 잘못됐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겁니다. 미국의 경우 '내셔널 커뮤니티'라는 게 중앙당인데 우리와 완전히 다릅니다.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홍보 정도의 역할입니다. 게다가 당 대표가 없습니다. 모든 게 의회에서 이뤄지는 원내 정당화가 돼 있는 겁니다. 그래서 '플로어 리더'(floor leader)인 원내대표가 당 대표입니다. 우리처럼 바깥에서 당원이 당 대표를 뽑고 중앙당 권한이 막강한 것과 다르죠.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을 하면서 내각제로 운영하는 기형적 권력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순수 대통령제로 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당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의원들이 철저하게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게 미국에선 가능한 건 공천권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1903년 위스콘신주의에서 처음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만든 덕분입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정치는 '머신 폴리틱스'라고 해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위스콘신주에서 오픈 프라이를 만들면서 의원들이 중앙당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의원들은 지구당의 위원장이 될 수 없습니다. 의원들이 지구당 위원장이 되면 정치 신인과 공정한 경쟁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 신인이 예비 후보가 되기 전에는 단체를 만들거나 사무실을 못냅니다. 펀드 레이징도 못하죠. 공정하지 않습니다. 미국에도 '로컬 코미티'라는 지구당이 있지만 위원장은 공조직이기 때문에 선거에 안나옵니다. 대한민국 당 대표는 공천권이라는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당직권도 갖고, 입법권과 관련해 당론권도 가집니다. 그래서 의원들이 꼼짝 못하고 당 대표의 노예로 활동하는 겁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논의를 전혀 안하고 4년 중임제만 하면 정치가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는 착각입니다.감히 얘기하지만 이런 엉망진창인 정당한테 왜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줘야 됩니까? 중앙당과 지구당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국회법 제121조 1항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소신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헌법 46조도 정당의 국회의원은 국익을 위해야 한다고 돼 있지 않습니까? 당론 투표라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ጺ朘쩢ᠰоϸ￿ ￿￿￿ ￿ ￿ ￿ ￿ ￿ ￿ ￿ ￿ ￿ଋ￿ କ￿ ଋ￿ଋ￿ଋ￿ଋ￿ଋ￿କ￿￿ ￿କ￿￿ ￿￿ ￿ଋ￿ ଋ￿ ￿ ଋ￿ ￿￿￿￿￿ ଋ￿ ᔕ￿ ଋ￿ ᔕ￿ ଋ￿ ᔕ￿ ᔕ￿ ￿￿￿ ￿କ￿ଋ￿￿ ￿ ଋ￿ ￿ ￿ᔕ￿କ￿କ￿କ￿କ￿ଋ￿ ￿ᔠ￿―￿뮴뮴늽ဗ䩐憢䋢᠗䉰᠗䉰늽黊h탒둓Ǵ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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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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