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조정 신중" 발언 여파 美연준 내년 금리인하 기대 후퇴 견고했던 심리 저항선 끝내 붕괴 주식시장 외인 투자자 이탈 거세 코스피 1.95·코스닥 1.89%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높아진 환율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나타나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2% 가까이 빠졌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왑 규모와 기간을 모두 늘리고, 은행들에게 외화 결제와 대출 만기 조정 검토를 요청했지만, 한 번 치솟은 환율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19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1.9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6.4원 급등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간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발언 여파로 풀이된다. 연준의 0.25%포인트(p)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점도표와 경제 전망이 급변했다.
시장에서는 경제 성장에 무게를 두던 연준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해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유지했지만 정책 불확실성 등을 우려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였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좀 더 매파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환당국은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내놨다.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스왑 거래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고, 한도도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렸다. 양측의 스왑은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시장에서 대거 사들이지 않고 외환보유액에서 먼저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은행의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은행이 위기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자본을 추가 적립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미뤄 부담을 줄였다. 이와 함께 은행권의 외환 중 해외법인 출자금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는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은행에 "기업의 외화결제와 대출만기 탄력 조정을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외환시장의 수급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환율이 1450선을 꾸준히 웃돌면서 주식시장의 외국인 이탈도 거세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4295억원, 2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이에 코스피는 1.95%, 코스닥은 1.89% 내리며 장을 마쳤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마이크론 충격에 외국인 자금이탈 규모가 확대되며 양 시장이 2% 가까이 하락했다"며 "환율이 15년만에 1450원을 돌파하며 지수 하방 압력이 강화됐고, 외국인의 코스피 선물 순매도 규모는 6000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상반기 환율 전망도 높아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직후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며 달러지수는 108p를 상회했다"며 "러·우 전쟁 당시 고점도 돌파한 현재 환율 레벨이 오버슈팅이라는 판단은 유지하지만 내년 상반기 평균 환율 전망은 1380원에서 1400원 초반으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달러 지수의 순환적 하락이 전망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다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