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50원선 등락 경기침체에 탄핵정국+연준 쇼크가 기름 부어 원·달러 환율의 방어선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가뜩이나 떨어진 경제 기초체력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 그리고 이른바 '연준 쇼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을 가하면서 원화가치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차 방어선 1400원은 이미 붕괴됐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2차 방어선인 1430원대가 '뉴노멀'이 됐다. 이제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3차 방어선 1450원도 넘어섰다. 시장 일각에서는 1500원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주식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권이나 기업은 환차손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치솟은 1453.0원으로 출발해 1450원선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장중 환율이 1450원 선을 웃돈 것은 지난 2009년 3월16일(1488.0)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환율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6일엔 장중 1597.0원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환율 상승은 '강(强) 달러'가 이끌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선을 웃돌고 있다. 2022년 11월11일(108.44)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일시적으로 1440원을 돌파한 뒤 변동성이 비교적 둔화해 최근 1,430원대에 머물렀다.
전날까지는 레고랜드 사태 때 기록한 전고점(1444.2원)을 넘지 않았다.
이날 저항선이 뚫린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전환 예고가 도화선이 됐다. 연준은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그러나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혀 달러 초강세를 촉발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상승 원인은 보다 복합적이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저성장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감액 처리로 재정정책 여력마저 축소됐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초 출범하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차기 대선 전까지 요원해 보이는 정국 안정, 국내외 투자자 자금 이탈로 인한 달러 수요 증가 등도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조건을 근거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내일 중 환율 상단이 1460원 정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 취임이 예정된 내년 1월 전후 1500원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및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53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