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렸다. 예상대로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내년 추가 인하에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에는 내리지만, 내년에는 금리 인하의 속도와 횟수가 당초 전망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다. 트럼프 2기 리스크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긴급처방이 필요하고, 그 처방전이 기준금리 조기 인하카드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임시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는 고려치 않고 있다"면서, 통화정책(금리인하)보다는 재정정책(추경+조기집행)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압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금리 인하를 위한 한은의 우선 고려 사항은 환율이다.

연준이 예상대로 '베이비컷'(0.25%p 인하)을 단행하면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금리 차이는 기존 1.75%p에서 1.50%p로 다시 좁혀졌다.

'금리 격차' 측면에서는 일단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 차이가 줄어 당장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가 조금이나마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연준이 내놓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으로,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내년에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2026년 말 기준금리 예상 수준도 2.9%에서 3.4%로 뛰었다.

미국 경기와 고용 흐름이 탄탄하고 물가 재상승 등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빠르게 기준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연준이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도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원·달러 환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까지 빠르게 낮추면, 원화 가치 하락과 함께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달러화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50원대로 올라섰다

한은은 내년 1월13일 금통위를 연다. 그 때까지 위원들은 환율 흐름과 탄핵 사태에 따른 민간 소비 등 내수 충격 여부를 계속 확인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그동안 금리 인하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이창용 총재는 길고 외로운 고민을 거듭하게 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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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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