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자,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협업…AI로 바이러스 모방한 `유전자 전달체` 개발

이상민 포스텍 교수,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개발
AI 기반 '나노케이지' 제작..표적세포에 유전자 전달
국내 연구자가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AI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모방한 인공 단백질을 개발했다. 이 인공 단백질은 향후 유전자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포스텍은 이상민 화학공학과 교수가 베이커 교수와 공동으로 AI를 활용해 바이러스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모방한 나노입자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바이러스는 둥근 공 모양 단백질 껍질 안에 유전자를 담아 스스로 복제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주로 숙주세포에 침투해 복제·증식한다. 최근 바이러스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모방한 인공 단백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나노케이지'는 마치 바이러스가 숙주를 찾아 공격하듯 표적 세포에 치료용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나노케이지는 크기가 작아 담을 수 있는 유전자의 양이 제한적이고, 구조가 단순해 실제 바이러스 단백질처럼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AI 기반 전산 설계 기법을 도입해 바이러스 구조가 미세하게 어긋난 부분까지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정사면체와 정육면체, 정십이면체 등 다양한 형태의 나노케이지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이 나노케이지는 네 종류의 인공단백질로 구성되며, 여섯 종류의 독특한 단백질-단백질 결합계면을 포함하는 정교한 구조를 형성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직경이 최대 75㎚(나노미터)의 정십이면체 구조는 기존 유전자 전달체(AVV)보다 크기가 3배 더 커 더 많은 유전자를 담을 수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나노케이지를 분석한 결과, 정확한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었고 기능성 단백질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나노케이지가 표적세포까지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이상민 포스텍 교수는 "AI의 발전으로 인류가 원하는 인공단백질을 설계하고 조립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유전자 치료제는 물론 차세대 백신 등 의생명 분야 혁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18일자)'에 실렸다. 이 교수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2년 9개월간 베이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다가 올해 1월 포스텍에 부임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