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4자 연합 측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한미약품은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건이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됐다. 해임안 부결에 따라 기존 이사 해임을 전제로 하는 사내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 건도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이날 임시 주주총회 표결 결과 1021만9107주 중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의결권의 대부분 지분(96.34%)을 박재현 대표가 끌어안게 됐다.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수 1268만214주 가운데 출석률은 80.59%(1021만9107주)였다.

이번 임시주주총회 안건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이사 해임은 출석한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발생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지난 13일 국민연금이 박재현 대표, 신동국 이사 해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하면서 해임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다.

앞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41.42%를 보유하고 있다며 안건 통과를 자신했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다. 임시주총 결과는 소액주주 측의 표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형제 측이 제안한 해임안 가결을 위해서는 소액주주 표심(지분 39.14%) 상당수를 끌어와야 했으나, 투표 결과 지주사 41% 뺀 나머지 지분을 거의 다 가져왔다고 한미약품 측은 설명했다.

결국 안건 부결로 한미약품 이사회를 6대 4로 뒤집겠다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전략은 불발됐다. 형제 측은 4인 연합 측 인사인 박 대표와 신 회장을 해임하고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 사내이사와 장 사내이사를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4인 연합이 우위를 유지하게 됐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임시 주총 이후 기자회견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기반의 공고한 리더십을 확인해 기쁘다"면서도 "다만 소모적인 분쟁에 대해서는 참담함을 느끼며 빨리 종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주주들과 직원들한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이번 주총 결과를 통해 앞으로는 한미약품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고민하는데 전력 투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건의 고소·고발 건이 진행 중인데 주총이 끝났으니 취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리대로 진행하길 한미사이언스에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대표는 한미약품이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되, 지주사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주사와 해온 업무 위·수탁은 계속 유지하되, 업무 위·수탁 관계에 대한 틀을 깨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이사회 구도가 전체 10명 중 6대 4로 4인 연합이 우세를 유지했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총 종료 후 보도자료를 통해 "(임시주총 결과가) 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민성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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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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