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차 "코리아 패싱 위험… 北 대응 구도 '한미일'서 '북미러'로" "관세·주한미군 감축 새 환경될 것… 美 패러다임 전환 대비해야"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협력: 실질적 협력을 향해'를 주제로 한 외교·안보 포럼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트럼프2기 정부 출범 즈음에 대통령 탄핵소추가 발생하면서 대미(對美) 안보·경제 외교에 공백이 생겨 '코리아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한국에 대해 관세와 주한미군 감축 등의 압박이 예상되지만 한국은 계엄 및 탄핵사태에 따른 정치적 공백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사진) 한국석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면 관세와 우크라이나 외교, 어쩌면 북한과 중국 문제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일 텐데 한국은 현재의 위기 때문에 온전히 선출된 행정부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정상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조기에 관계를 쌓는 게 중요하지만, 지금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와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정책 환경"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이런 동맹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할 전략을 구상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한국에 대통령이 있을 때도 트럼프가 동맹을 건너뛸 것이라는 우려가 늘 있었다"면서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1기 때보다 덜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대북 협상 여건이 트럼프 1기 때와 많이 달라졌다면서 "트럼프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이 한미일 3자 협력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북한 간 3자 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차 석좌와의 일문일답 요지다.
-이번 한국의 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은
"한국 내에서 발생한 정치 분쟁이나 위기에서 어느 편을 드는 것은 미국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한국 국민과 함께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꼭 탄핵 찬성론자들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떤 정치적 갈등이든 평화롭게, 그리고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윤 대통령의 여러 외교 정책을 정치적으로 평가하고, 그런 정책이 한국이나 국제 질서를 위해 좋은지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기보다 탄핵(소추)당한 대통령의 정책으로 여길까봐 걱정된다. 대일(對日) 정책과 한미일 3자 협력, 대만 해협의 안정과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꽤 나아간 입장,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 참석,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참여, 우크라이나지원이 그런 정책이다. 한국이 막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며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는 시기에 이런 정책이 모두 사라질까 우려된다. 또 다른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한국에 적절한 절차에 따라 온전하게 선출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면 관세와 우크라이나 외교, 어쩌면 북한과 중국 문제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일 텐데 한국은 현재의 위기 때문에 온전히 선출된 행정부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불리할 것이다."
-극복할 방법은
"트럼프와 개인적인 관계를 최대한 조기에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런 조기 만남이나 조기 정상회담을 요청해 성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적 공백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거나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협의하지 않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한국에 대통령이 있을 때도 트럼프가 동맹을 건너뛸 것이라는 우려가 늘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그랬는데 한국에 대통령이 없으면 그 우려가 더 커질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간 중재, 대화, 중매 역할을 모두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상황이 트럼프 1기 때와 다르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아마 가장 큰 차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주는 안보 보장, 식량, 연료, 그리고 어쩌면 군사 기술은 아마 모두 김정은이 중국에서 원했지만, 중국이 주지 않거나 소량으로 준 것이다. 이제 북한은 그 모든 것을 러시아에서 받고 있기 때문에 2018∼2019년과 비교하면 중국과 미국에서 받아야 할 필요가 줄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냥 트럼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가 항상 하는 말 중 하나는 모든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어떻게든 관련된 모든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어떤 종류의 평화 협정을 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트럼프는 북한이 평화 협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값을 치르기를 바라는가(라는 점이다).2018∼2019년과 다른 점은 북한이 러시아와 매우 깊은 관계라서 평화 협정을 위해 (북한이) 그렇게 큰 값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으며 비핵화나 그런 종류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특징은 모든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자연스러운 대응은 미국, 일본, 한국 간 3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이 한미일 3자가 아니라고 결정할 수도 있다. 그는 미국·러시아·북한 간 3자 관계가 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한국이 관세나 주한미군 감축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제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510억달러 무역흑자가 있다. 또 트럼프가 첫 임기 때 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임기 때는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을 줄이려고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 위기는 이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한국 정부는 두 가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트럼프의 이런 정책 우선순위를 상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관세와 주한미군 감축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정책 환경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정부가 없으면 이런 종류의 패러다임 전환 논의와 대화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런 변화를 관리하거나 조정하고 전략을 구상할 정부가 (한국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