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변화 대응 전략 투자 비용 ↓·개발속도 ↑ 기대 이후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 고려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될 조짐이 보이자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변화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하나,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며, 전기차 업체들의 빠른 의사결정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을 넘어 서로 협력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NHK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경영통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를 설립해 양사가 그 산하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양사는 합병 후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공업을 합류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합병 논의 배경에는 테슬라와 BYD가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개발에 대한 압박이 있다. 이들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차량 개발 속도를 높일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으며, 합병은 이를 위한 중요한 단계다. 게다가 닛산이 작년 말 르노와의 자본 관계를 정리한 것이 오히려 비용 증가로 돌아와 경영 악화로 이어지자 혼다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글로벌에서 각각 398만대와 337만대를 판매했기에 양사 합병 시 735만대 수준이 된다. 세계 3위 현대차그룹을 넘어서는 거대 연합이 탄생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모빌리티 투자 비용 절감과 개발 속도도 기대된다. 다만 혼다와 닛산 모두 전기차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중복된 사업의 정리와 구조 개편 등이 시급하기에 향후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 간 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현대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가 차량 공급망부터 친환경 에너지 등 모빌리티 전방위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맺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한 달 새 두 차례나 만남을 가지면서 수소 관련 협력을 언급하는 등 양사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기차 개발 비용을 낮추고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전기차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총 58억달러(약 8조1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하는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판매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대규모 비용 절감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준비를 포기할 순 없기에 리비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공동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폭스바겐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스텔란티스도 중국 립모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글로벌 판매 합작사인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저가형 전기차 판매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은 침체된 일본 자동차 산업을 일으킬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발 빠른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에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개발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현대차와 GM이 지난 9월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모빌리티 전방위 분야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은 메리 바라(왼쪽)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사장과 마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 8월 1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혼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