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소추이며, 내란죄를 사유로 한 첫 번째 탄핵소추이다. 헌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의 후유증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정치를 넘어서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국제관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덕수 총리의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되었지만,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때문에 권한대행 체제를 최대한 빨리 정리하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쟁점이 간단치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3개월 이내에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는 헌법 위배행위로 5개 항목에 16개 사유를, 법률 위배행위로 4개 항목에 17개 사유를 포괄적으로 제시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정리하여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공익실현의무 위배,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비밀엄수의무 위배를 인정했다.
이에 비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 문란의 내란 범죄 행위' 하나만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두 가지 쟁점을 묶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쟁점이 눈에 띄게 적은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것과 달리, 내란죄는 치열한 법리 논쟁 및 증거 다툼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이미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전사령관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즉각 반박하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와 관련한 증거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변호인단에서 법리 논쟁을 거의 하지 않았고, 17회의 변론이 1주일 단위로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법리 논쟁과 증거 다툼으로 장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함께 내란죄 관련 공범으로 지목되어 탄핵소추된 국무위원들, 경찰청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이 병합될 경우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헌법재판관 충원 문제이다. 현재의 6인 체제에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회에서도 후임 재판관 3인의 선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 전에 9인 체제를 만드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4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전에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7인 체제에서 결정하게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대법원장이 추천했던 이선애 재판관이 황교안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되었던 선례에 비추어 국회에서 선출한 3인의 재판관을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박한철 소장의 후임자 임명이 민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고, 8인 체제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내려졌던 것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 몫인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를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근거하여 내란죄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 절차를 중단할 것인지가 논란되기도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절차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재판 결과를 장기간 기다리다 윤 대통령의 임기를 채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고, 권한대행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과 속도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된다. 과연 어떤 재판이, 얼마나 더 빨리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