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비상계엄 이후 열하루간의 혼돈이 끝나고, 8년 만에 다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정치적 혼란이 시작됐다. 비상계엄이 초래한 국정 혼란과 그로 인한 국민 피해에는 사과 한마디 없이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만을 역설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지난 14일 여의도와 광화문으로 갈라진 민심은 암울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탄핵은 여야 정치권의 무모하고 끝없는 갈등으로부터 비롯됐다.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승리자인체 행세하지만, 윤석열과 이재명이야말로 현 사태를 일으킨 공동정범이다.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의 입법독재를 지지하는 사람도 없다. 민주당은 탄핵 이유로 '내란죄'를 지목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와 조지호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들을 모두 내란 혐의로 구속하거나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처벌하는 것은 미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대한민국을 더욱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는 일이 될 것이다.
우선 '내란' 또는 '반란'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형법 제87조는 내란을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으로 정의한다. 이어서 형법 제91조는 국헌 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 목적'으로 '강압적으로 국회 의결을 막은 것'으로 보아 내란죄를 탄핵의 사유로 제시했다. 여의도에 모인 많은 국민들도 이에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란의 사전적 의미는 '정당성이 없는 집단이 불법적 방법으로 정당한 권력을 찬탈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 또는 정변'이다. 정당성과 합법성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
'국헌 문란의 목적'이란 의도를 입증하려면 폭넓은 수사가 필요하다. 불과 열흘 사이에 수많은 관련자들의 상충된 증언이 쏟아졌다. 흥분된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증언만 수용하는 방식으로 채택된 증거는 신뢰할 수 없다. 내란죄가 대통령 탄핵의 주요 이유라면 검경 등 수사기관의 내란죄 관련 폭넓은 수사와 사법부의 유죄 판결이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명백한 '의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면 최종 심판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 심판이 길어지면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높아질 것이고,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에 비례해 증가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심판이 혼란을 최소화하고 나라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동시에 불편한 마음도 크다.
이 대표는 자신은 '정치적 수사의 희생자'이며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억울하다면 사법부에 하루라도 빨리 재판을 진행해 누명을 벗겨달라고 해야 옳다. 이 대표는 반대로 지금까지 오랫동안 재판을 지연시켜 왔다. 또 자신은 최종 판결 이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관련자의 내란죄는 유죄로 단정한다. 탄핵 심판은 신속하게 하라면서 자신의 재판은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행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탄핵 심판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의 재판이 지연되는 것도 이 나라에 혼란과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이 대표의 주장이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려면 탄핵 심판과 함께 자신에 대한 재판의 신속한 판결을 주문하고 실제로도 그런 행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는 갈등과 혼란 속에 빠져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