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발표 연기 전망 탄핵 정국 소용돌이에 카드사의 수익성을 옥죄는 적격비용 재산정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15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 산출 용역업체로 선정된 회계법인의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안과 함께 조정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연내에 당정협의회와 여야 간 논의를 거쳐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탄핵 정국 탓에 사실상 내년 초로 연기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기 위해 카드사와 가맹점단체 등 이해관계자 간 조율하는 등의 남은 절차를 생각하면 이미 재산정안이 나왔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국 혼돈으로 인해 산적한 국정 현안 과제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을 근거로 해 3년 주기로 재산정한다. 일종의 카드 결제에 필요한 원가 개념으로, 지난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4번 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개편해 왔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네 차례에 걸쳐 빠짐없이 내려갔다. 연 매출액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 기준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는 4.5%에서 0.5%까지, 연 매출액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인 중소 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3%대에서 1%대로 떨어졌다. 카드사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도 늘어났다. 올해 하반기 영세·중소신용카드 가맹점 선정 결과를 보면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6%가량인 영세·중소가맹점(304만6000개)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수순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실적 개선세를 토대로 추가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의 단순 합산 당기순이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8%가량 증가했다.
다만, 카드사 대부분이 본업 수익성 악화 속 실적 방어를 위해 금융 자산을 늘리거나 비용 절감 경영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며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현행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거나, 재산정을 필요시 협의해 조정하는 유연화 방안을 도입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기존 적격비용 및 우대 수수료 제도를 지속할 경우, 국내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오는 2027년에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카드사의 지급 결제 부문의 수익 감소로 영업 환경이 불안정하다며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Visa)의 ROA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9%에서 지난해 19.3%로,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21%에서 27%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 카드사의 ROA는 같은 기간 4%에서 1.3%로 곤두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