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년 만에 마주한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에 또다시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탄핵 찬성을 주장했던 한동훈 대표에게 사퇴 압박이 가해지는 등 불씨가 옮겨가고 있다.
한 대표는 16일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 취임 5개월 만에 선출직 최고위원 총사퇴 사태를 겪은 데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책임론이 분출하는 만큼 한 대표가 결국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대표는 전날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물러날 뜻이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당시 한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직무 정지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며 "그 과정에서 나라와 국민만 생각했고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고 당 내부 비판이 거세지면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5명이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어서 한 대표가 깊이 숙고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최고위원회는 해체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솟구쳤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를 막론하고 김민전·인요한·김재원·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5명 모두 일제히 사퇴의 뜻을 내비쳤고 의원총회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탄핵소추안 가결 하루 뒤인 15일에도 한 대표를 겨냥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나경원 의원은 "한 대표는 총구가 항상 대통령에게 가 있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의원총회 의결로 한동훈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반면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했는데 탄핵도 하지 말자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가"라며 "친윤들 대답 좀 해 보라"고 따졌다. 박상수 대변인도 "계엄은 윤 대통령이 했는데 책임은 한 대표보고 지라고 한다"며 "국민은 냉정히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부터 현 사태는 예견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당선된 뒤 탄핵의 책임을 한 대표에게 물어 권한대행, 비대위원장으로 가는 건 이미 다 예상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만일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도 극심한 진통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헌·당규상 당대표가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은 한 대표에게 있다. 한 대표의 지위와 권한은 비대위원장 임명 후 사라진다. 하지만 사퇴 요구가 거센 만큼 당내에서 한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아직 당대표에게 있는 것이 맞냐'는 물음에 "당헌·당규 해석은 지금 시점에 필요 없다"며 "당대표의 거취를 보고 해석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갈등과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비대위원장을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당대표 직무대행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강명구 의원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