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야당=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발표한 이유로 가장 먼저 야당을 지목했다. 그는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고,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며 "장관, 방통위원장 등을 비롯해 자신들의 비위를 조사한 감사원장과 검사들을 탄핵하고 판사들을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이고, 공직기강과 법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서 재차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등을 겨냥해 "위헌적 특검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면서 정치 선동 공세를 가해왔다"며 "급기야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야당의 간첩죄 수정 반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를 언급하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 도발에도, GPS 교란과 오물풍선에도, 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 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내기만 했다"며 "북한의 불법 핵 개발에 따른 UN 대북 제재도 먼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고, 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부정선거도 계엄선포 이유='부정선거' 의혹도 계엄선포 이유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했다"며 "그러다가 선관위의 대규모 채용 부정 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 국정원의 점검을 받겠다고 한발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난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총선 부정선거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여당의 기록적 참패로 끝난 지난 4·10 총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것이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의 데이터 조작 등의 언급이 사실과 다르고 과장됐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대통령의 이번 담화를 통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계엄군의 선관위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서버 탈취 시도는 위헌·위법한 행위임이 명백하게 확인됐다"며 "중앙선관위는 이에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관계 당국의 진실 규명과 함께 그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내란 아냐"=윤 대통령은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 헌법 제71조·제77조, 헌법 77조 3항, 내란죄 제91조, 계엄법 13조 등을 근거로 들며 내란죄 요건이 성립한다는 지적을 공개 부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법원의 판단 역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해서다.
과거 계엄과도 다르게 시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애당초 저는 국방장관에게, 과거의 계엄과는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회 및 정당 해산은 계엄법에 규정되지 않은 위법이라는 지적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재건하기 위해 불의와 부정,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에 맞서 싸웠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퇴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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