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스트레스가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히포크라테스는 고통과 괴로움 즉,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신체 내부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자연적인 회복력이 있다고 믿었다. 이 회복력을 지금은 '항상성'(homeostasis)라고 부른다. 그런데 회복이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강한 자극이 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1994년 LA 지진 때 심근경색 환자가 35% 증가했지만1989년 캘리포니아 북부의 로마 프리타라는 곳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심근경색 환자가 늘지 않았다.

LA 지진은 진도 6.6으로 새벽 4시 30분에 발생했고, 로마 프리타는 진도 6.9의 지진이 오후 5시에 발생했다. 따라서 주로 수면 중으로 심리적 무방비 상태였던 새벽 시간과 긴장을 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던 오후 시간의 차이가 심근경색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덴마크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자녀의 상실 이후 처음으로 심근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은 31%, 그리고 치명적인 심근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은 58%에 달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스테로이드 및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글루카곤 등의 분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므로 이들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크게 오르는 반면에 혈관은 수축하여 심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 부담이 지나치게 크거나 또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면 심장병이 발생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다. 최근 미국 자료에 의하면 성장기에 육체적·성적·감정적 학대, 방치, 경제적 어려움, 거주할 집이 없거나 범죄에 노출됐을 때 그 영향은 평생에 걸쳐 남게 된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위의 상황 중에서 1개 이상 해당되는데 이들은 인생 후반에 심장병, 당뇨, 뇌졸중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취약계층에서는 평소에 스트레스 외에도 비만, 당뇨, 고혈압, 운동량 저하 등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심장병 발생 위험이 더 증가한다.

실직은 심장병의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남자에서 더 큰 영향을 주며, 젊은 층은 물론 51세에서 75세 사이의 연령층에서도 직장을 잃게 되면 심장병이 증가한다.

불안감과 화가 나거나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우 또는 좌절이나 슬픔 등의 감정 역시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부적절한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로 심장의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 세포들이 손상된다.

특히 불안은 강력한 부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서 부정맥을 일으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게 된다. 연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26~40%포인트 심장병 발생 비율을 높이게 된다.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고 문제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 20%는 게임을 할 때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한다고 한다. 성격에서 적대감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사람들을 적과 아군으로 분류하면서 쉽게 적대감을 갖게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평소에도 하루에 30~ 40회에 걸쳐 뚜렷한 혈압 상승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심장병 위험도 증가한다.

그리고 전쟁이나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일시적인 문제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전쟁이나 테러, 천재지변 같은 심각한 충격을 받으면 외상 후 증후군(PTSD)이 발생하게 된다.

9.11 테러 때는 테러 직후에는 심장병 환자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테러 장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심장병이 늘어났다. 외상 후 증후군은 고통스런 기억, 악몽, 회상, 행동장애, 과다각성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이런 감정은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지속적으로 주게 된다. 이 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심장병 증가가 50% 정도 감소한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다고 생각하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약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적절하게 사용하면 정신적으로는 물론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인 손상도 예방할 수 있다. 또 기도나 명상은 물론 무리하지 않는 운동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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