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 감액 예산 통과
'내란범죄' 상설특검 등 파상공세
韓 총리 탄핵·국정원장 등 고발

비상계엄 사태를 빌미로 거야(巨野)가 정국을 공포의 막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닥치는 대로 탄핵·특검·고발을 남발하고 정부예산안도 감액 통과시켰다. 헌정사 초유의 감액예산이다. 4조1000억원 감액 중 '이재명 예산'이라는 지역화폐 예산까지 포함해 민생 관련 예산 총 3조4000억원을 증액해달라는 정부의 간절한 요청도 묵살했다.

민주당의 전횡은 10일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연상시킨다. 도량발호는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다. 이 성어를 선택한 교수 상당수는 아마 지난 3일에 있었던 비상계엄을 상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 보이는 행태가 바로 도량발호가 돼가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11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고 14일 표결할 예정이다. 부결되거나 표결 불성립 시 3차, 4차 탄핵소추안 표결도 예고했다. 무한 소추안 발의와 무한 표결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소추안도 이날 보고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 소추안 발의에 대해 "(내란 선포·실행에 관여한) 박 장관과 (국회에 경찰력 투입을 지시한) 조 청장은 내란 주요 종사자"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번 상설특검안은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으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확정하고 있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 제정이 필요 없는 만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특검 대상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상설특검요구안과 별개로 '내란범죄혐의자 신속체포요구 결의안'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내란 혐의자들'의 신속 체포를 요구하는 결의안이다. 우선 인신을 구속해놓고 특검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체포 대상자는 상설특검안 수사 대상인 윤 대통령을 비롯한 8인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덕수 총리 탄핵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미 9일 한 총리를 내란 혐의로 경찰청 국수본에 고발했다. 한 총리는 3일 저녁 윤 대통령이 격앙된 상태서 계엄을 발표하려 하자 몸으로 막아서며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한 총리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민주당의 탄핵 화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탄핵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장관들도 모조리 탄핵을 검토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야말로 막무가내로 탄핵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만약 한 총리까지 탄핵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이 최상목 경제부총리로 이어진다. 총리는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통할한다. 한 총리까지 탄핵되면 부총리가 이 권한을 맡게 되는데, 과연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민주당이 최 부총리는 탄핵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거나 불성립되면 약이 오른 민주당이 국무위원을 줄줄이 탄핵활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의석을 갖고 있어 대통령을 제외하면 국무위원을 언제든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다. 심지어 계엄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국무위원들까지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내란 동조 혐의로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미움받쳤던 인사들을 이참에 탄핵해보겠다는 그야말로 복수혈전이다.

민주당은 탄핵과 특검 외에도 고발을 남발 중이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 등은 9일 조태용 국정원장도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조 원장이 국군방첩사령부와 협력해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보고를 받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도 고발해놓은 상태다.

민주당의 '닥치고' 탄핵·특검·고발·예산에 내각은 물론 공직사회가 살얼음을 걷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구잡이 숙청 칼날을 휘두르다 마침내 자신도 제거된 자코뱅파의 로베스피에르가 떠오른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워낙 막가는 행태가 되자 정부가 사정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치안 책임 장관들이 공석이 되면 국민 일상이 위험해진다"는 요지의 '국민께 드리는 당부 말씀'을 발표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10일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예산이 통과된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 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예산이 통과된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 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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