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던지는 물량을 기관이 힘겹게 받아내고 있다. 전날 소량이나마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도 다시 투매를 시작했다. 다만 그동안의 낙폭에 대한 반발로 주가는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관의 매수세가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고,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지속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반등세가 오랜 기간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7.26(2.43%) 오른 2417.84로 장을 마쳤다. 전날의 폭락(-2.78%)을 대부분 되돌린 모양새다. 코스닥도 34.58포인트(5.52%) 오른 661.59로 지난주 금요일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날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기관 투자자였다. 기관은 홀로 46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 투자자 매수세 대부분은 금융투자(3649억원)가 담당했다.
반면 개인은 지난 6일부터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지난 6일 58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9일 8908억원에 이어 이날 에도 4223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 매도세를 더하면 3거래일간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매도세는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날 1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지난 3일 계엄 이후 3거래일 만에 순매도세를 멈췄던 외국인은 이날 다시 1509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외국인과 개인 매도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주 옵션 만기일과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증시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의 이탈이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대외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국내 증시 성장성이 제한될 것이란 시각에서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 취임 이후 맞이할 수출 둔화에 따라 증시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해외 시장 선호도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일 1372억1854만달러(약 195조9206억원)였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6일 1597억6834만달러(약 228조1811억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계엄사태 이후 3거래일간에만 50억달러가 늘었다.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탄핵정국의 방향에 따라 코스피가 2200~26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탄핵 가결 등으로 상황이 모두 해소되더라도, 2500~2600선 박스권을 탈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결국 증시 향방은 우리 경제와 대외 경기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온다 하더라도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달라지기 어려워 증시 상단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금융당국이 5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 투입을 시사하고, 개인 투자자의 차분한 시각을 당부했지만 투매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기관이 홀로 힘겹게 시장을 방어하며 반등세를 보였지만, 그간의 낙폭을 고려하면 반등 폭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500.10, 690.80이었다.
기관의 매수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은 기관이
산다기보단 외국인이 코스피 선물을 사니 반대급부적으로 금투업에서 사들이는 것"이라며 "기관이 주식을 사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관 매수는 연말 계절성일뿐"이라며 "배당락 전까지 유입되는 프로그램 매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고, 박 연구원도 "기관 매수세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계엄 이후 5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연기금은 국내 주식의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아있다고 봤다. 정책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왔고, 원화가치 하락과 해외시장 상승세로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10조~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같은 연기금의 국내 시장 투자가 증시 하방을 지지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