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있는 본부 및 지원 부서장(국·실장급) 75명 가운데 1명을 빼고 모두 교체된다.
이복현(사진) 금감원장은 내년 6월 3년 임기를 마친다. 통상 임기 막바지 인사는 후임 원장을 고려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다. 하지만 이 원장은 마지막까지 조직 대수술에 나선 것이다. 이번 인사로 이 원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성과주의 중심의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는 막을 내린다.
금감원은 10일 디지털·IT부문을 신설하고 본부및 지원 국·실장 74명을 재배치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급변하고 있는 금융혁신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서민과 취약계층 등 금융약자를 위한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 등 최근 감독수요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 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연합뉴스]
금감원은 이번 인사에서 본부 부서장의 절반이 넘는 36명을 신규 승진자로 발탁했다. 이 원장이 강조했던 '기수와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성과 및 능력 중심 인사'에 따라 주무부서장을 기존권역·공채1기에서 공채 1~4기 및 경력 직원으로 확대했다. 공채 5기까지 본부 부서장을 배출하는 한편, 성과가 우수한 3급 시니어 팀장 6명을 본부 부서장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연령별로는 1972~1975년생 부서장을 주축으로 1977년생까지 본부 부서장에 임명했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인 금융시장안정국의 이진 국장은 유임됐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디지털·IT 부문'을 신설하고 책임자를 부원장보로 격상했다.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필요성이 제기된 PG와 선불업 등 전자금융업 전담조직도 기존 2개팀에서 2개 부서로 대폭 확대했다.
신설되는 디지털·IT 부문 부원장보에는 이종오 중소금융감독국장이 임명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IT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디지털 금융혁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경제연구소와 신용평가사를 거친 데이터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금융국장에는 금융IT 업무에 대한 관록과 추진력을 갖춘 위충기 정보화전략국장을 배치했다.
IT검사국과 정보화전략국에는 IT분야 핵심관리자 육성을 위해 해당 분야에서 업무경력을 주로 쌓아온 경력·공채 승진자를 기용했다. 대부업과 채권추심업 전담부서인 '서민금융보호국'도 신설했고, 불법사금융 대응팀을 확대해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을 강화했다. 기존 상품심사판매분석국은 금융소비자보호조사국으로 개편했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금융상품 판매단계에서 발생하는 불법·부당행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조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부서장에는 속도감 있는 업무처리를 위해 추진력이 뛰어난 부서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김세모 분쟁조정3국장은 최연소(1977년생) 부서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소비자보호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감독수요 변화에 대응한 조직 보강도 실시했다. 보험상품 감독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해 보험리스크관리국을 보험계리상품감독국으로 개편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질서 확립을 추진하기 위해 보험검사3국 내 검사팀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보험회계제도(IFRS17) 시행 등으로 보험계약마진 증대를 위한 불합리한 보험상품 판매 경쟁 과열을 막고, 부당 승환계약, 경유계약 등 보험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실태 점검에 검사역량을 집중한다.
연금감독실은 민생 부문에서 금융투자 부문으로 이동했다. 퇴직·개인연금 시장의 성장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금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능력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수사팀도 확대했다.
여성 부서장도 약진했다. 주무부서장인 회계감독국장에 김은순 전 여신금융감독국장이, 정은정 법무실 국장이 은행검사3국장이 각각 기용됐다. 그간 비서실장이 담당해 온 비서실 업무를 비서팀장이 운영토록 하면서, 임잔디 자본시장제도팀장을 전격 배치했다. 금감원 출범 이후 첫 여성 비서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