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 총리가 비상계엄 사태의 주범격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도 탄핵할 예정이다. 이런 마구잡이 탄핵은 무정부 상태를 야기해 국가 신인도를 추락시키고, 민생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며 "탄핵안 제출 여부는 실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 한 총리도 포함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내건 탄핵 추진 사유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내란죄 공범'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주요 행위는 국무회의를 반드시 거치게 돼 있어서 총리가 이번 계엄에 동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대했으면 (비상계엄 선포를)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여당 대표와 국정을 상의해 수행하겠다는 발칙하고 해괴망측한 일을 공식 발표했다"며 "위법, 합법 여부를 떠나서 제정신인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한 총리는 내란의 즉각적 수사 대상"이라며 "계엄법에 따라 총리를 거쳐 계엄 발동이 건의됐거나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발동에 찬성했다면 중요한 내란 가담자"라고 말했다. 그는 "내란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후속 계엄을 예방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총리는 국정 과제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은 탄핵의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동을 위한 국무회의에서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반대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가 동의했다는 건 이 대표도 밝혔듯 순전히 민주당의 추정에 의한 것이다. 추정만으로 일국의 총리를 추진하겠다는 건 국회 다수당의 횡포일 뿐이다. 한동훈 대표와 협의해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것도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정 혼란의 조기 수습을 위해 여당 대표와 협의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은 물론 총리, 법무 장관, 경찰청장 등 마구잡이로 탄핵하는 것은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대선을 앞당겨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르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해 늦어도 내년 5월 중순에는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제3자 뇌물공여) 의혹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으로도 재판받고 있다. 윤 대통령을 조기에 끌어내리고,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 확정전 대선을 치러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이런 사법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출범 뒤 10명의 탄핵을 추진하고, 윤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한 것은 이 대표 방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거야(巨野)는 이 대표 수사 검사들도 탄핵하고, 심지어 법 자체를 개정해 이 대표 혐의를 유야무야하는 방안도 밀어붙였다. 이런 막가파식 탄핵은 기승전 '이 대통령 만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탄핵 정국이 지나면 그 부메랑이 민주당으로 향할 수도 있다. 거야는 지금이라도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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