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주말은 혼란의 연속이다.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소추 표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2선 후퇴와 함께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모든 것을 당과 정부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직의 정상적 수행 불가가 공식화됐다.

이어진 탄핵표결 불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과 공동 발표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공식화되는 듯 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이 두 사람의 공동 국정운영의 헌법적·법률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국은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형식논리상 우 의장과 이 대표 등 야권의 주장은 타당하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궐위나 사고에 의한 직무수행 불가가 아니면 대통령 권력을 대행할 수는 없다.

지금 윤 대통령의 상황이 '사고'로 인한 직무수행 불가가 아니라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없다.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 권력을 공동 행사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하다. 민주당에서는 한덕수 총리는 물론, 비상계엄 심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도 모두 내란죄의 공범이라며 탄핵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에 실패한 야권은 탄핵이 이루어질 때까지 반복해서 탄핵안을 발의하고 소추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국정은 마비됐고 아직 2025년도 예산안과 부수 법안조차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반면, 형식논리상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대통령 권력은 윤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만일 탄핵소추안의 상정과 폐기가 반복된다면 정부의 기능 유지를 위해서도 윤 대통령의 권력 행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면 야권은 대통령과 여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즉시 탄핵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할 것이고, 국민도 당장 윤 대통령을 체포·구금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 모두가 윤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것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탄핵으로 당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당한 행사다. 그것을 알면서도 만일 국익과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질서 있는 조기 퇴임'이었고, 그동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주장해 온 '임기단축 개헌'이었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현 제6공화국 헌법은 5년 단임제 권력구조에 따른 사생결단식 권력투쟁, 대통령제와 내각제 성격이 혼재된 일관성 없는 조항들, 기본권의 확장, 디지털 시대의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 등 다양한 이유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또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 불행과 극단적 이념 갈등을 치유하기는 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는 한계도 명백하다. 그래서 어차피 윤 대통령의 조기 퇴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이를 기회로 개헌을 통해 정치혁신을 이루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중장기적 정치개혁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급급한 정치인과 정당들이 이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구체적 개헌안에 합의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년은 필요한데, 사법리스크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래서 시간문제일 뿐, 조만간 탄핵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우리 정치사에 드리운 그늘은 명백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가 재판 일정을 조정하고, 여야는 그동안 학계와 국회에서 논의되어 온 다양한 이슈에 합의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제7공화국을 열어가자. 그것만이 이 엄청난 혼란을 미래를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