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청에 법무부 전격 수용
김용현·여인형·박안수도 동일 조치
국수본, 이상민 前장관 출석 통보
검·경·공수처간 수사주도권 다툼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이자 외교를 책임지는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내란죄 혐의로 출국금지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9일 오후 3시 35분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질문에 "했다. 한 5분, 10분 전에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배 본부장은 출국금지 요청에 대해 "(법무부는) 형식적 요건이 돼 있는지만 간단히 (확인)한다"며 "이미 출국했다거나 인적사항의 오류만 없으면 거의 한다"고 말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같은날 법사위에 출석해 "지금 수사에 대해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출국금지에 대해 수사지휘를 했다"고 언급하고 그 직후 공수처에서 3시쯤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법무부가 약 30분만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관계기관의 장은 범죄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공수처를 비롯한 여러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무부는 공수처 외에 어떤 기관이 출국금지를 요청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공수처를 비롯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검찰 특별수사본부 등이 각기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면서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경찰과 검찰에 수사 공정성을 위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라며 '이첩요청권'을 발동했으나, 검경 모두 수사를 지속하면서 사실상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검찰과 경찰 역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국수본 특수단은 이날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이 전 장관을 대상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신청했다. 검찰 특수본 역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금명간 청구할 계획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8일 검찰에 자진 출두해 새벽 조사 후 긴급체포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오 공수처장은 이날 법사위에서 "내란죄 수괴와 내란죄의 중요범죄 종사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수사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공수처를 중심으로 하는 수사 의지를 강조했다.

검·경·공수처간 내란 혐의 수사 주도권 다툼은 선명성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윤 대통령을 소환조사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윤 대통령뿐 아니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도 출국금지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오 공수처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같은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공개 행보는 지난 7일 대통령실에서 "앞으로의 국정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한 약 1분50초의 대국민담화가 마지막이다.

한편, 현직 대통령의 출국금지에 대해 법학자들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란 현행범'도 아니고 법적으로는 온전히 대통령의 권한을 지닌 인물에게 과연 출국금지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가 하는 상식적인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를 정지할 방법은 탄핵 또는 하야"라며 "대통령 권한을 행사해도 제한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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