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핵안 처리 자체가 무산되자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 정국' 장기화에 금융 시장 불안이 증폭하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한 긴급 금융 시장 점검 회의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원화 가치와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화 유동성과 자기자본비율, 당기순이익 등 경영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과 정책금융기관 등이 참석하는 점검 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조율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업권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며 현장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9일 은행 여신·자금 담당 부행장 간담회와 10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일 증권사 CEO 간담회와 6일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위법' 비상계엄 선포·해제한 이후 원화 약세(원화 가치 하락)가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안정화됐으나, 여전히 1410~143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 기업의 매입 외환(해외에서 받을 외화를 은행으로부터 선할인해 받는 여신) 물량이 늘어나고, 대기업 위주로 외화 예금을 빼내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파생 상품 관련 추가 담보 제공 요구(마진콜)도 유동성 부족의 잠재 요인이다.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중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는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이 뛸 경우 보험사들의 환헤지(위험분산) 비용이 늘어나는 점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도 걱정거리다.
특히 대외 신인도까지 훼손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는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는데, 신인도가 떨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차환(또 다른 대출로 대출을 갚는 행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금융사가 자기 돈으로 상환을 서둘러야 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대규모 계약 해지 가능성 등 비상 사태에 대비해 시장성 있는 채권 매도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하고 있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인버스(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얻는 금융 상품)와 선물 거래로 헤지(위험 분산)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현재 각종 지표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4일 기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210% 정도로, 80% 수준인 감독당국의 LCR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약 30억달러 규모의 여유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업권과 상호금융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등 유사 시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신 잔액 및 예금 입·출금 등 유동성 추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정 저축은행에서 3% 넘게 예금 변동이 나타나면 관련 부서 등에 문자로 실시간 전달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뱅크런 사태를 겪은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유동성 관리 시스템을, 신협중앙회는 특이 징후가 없는지 등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다만, 유동성 및 건전성 리스크로 번지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단기 자금 유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35.84%로, 법정 기준(100%)을 웃돌았다. 중앙회는 저축은행에 지원할 수 있는 예탁금을 10조원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개별 저축은행의 자체 가용할 수 있는 자금도 약 17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40조원)와 증시안정펀드(10조원) 등 총 5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외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증안펀드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추가 시장 혼란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다른 비상 계획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