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의료개혁이 좌초 직면을 맞고 있다. 의료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촉구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위한 장외 투쟁 수위를 높여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계엄 포고령에 명시된 '전공의 처단'에 분노한 사직 전공의들이 규탄 집회를 열어 책임자 처벌을 강력 요구하는가 하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했던 의료 관련 단체 3곳이 참여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위헌적인 계엄령의 처단 대상으로서 굴복하지 말자며 '의료 계엄 규탄' 집회를 이어가며 의료개혁 백지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3시에 서울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의대교수 시국 선언대회'를 열고, 의학교육·의료 탄압 규탄·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함께 의대증원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전의비 관계자는 "윤석열이 벌여 놓은 폭압적 의료정책과 의대증원 강행을 막아달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수하 교육부, 복지부 장차관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그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성토했다.
이어 "의대 총장, 학장들도 의대증원을 원점 재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도 이날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명(주최 측 추산 600명)이 참석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포고령 제5조는 특정 직역을 대상으로 임의 처단의 의지를 드러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 당하고 언제든지 권력의 변덕에 따라 처단당해 마땅한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다.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의료인을 처단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참석자들은 "말이 안 된다"고 외쳤다. 전공의들은 '즉흥 개혁 규탄', '의료계엄 반대', '의료농단 주범 처벌', '의료농단 의대모집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규탄했다.
의료계는 미복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계엄 포고령을 두고 "위헌적·폭압적 행위"라고 강력 규탄하고 있다. 비상계엄 직후 발표된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차단한다'고 명시됐다. 의료계는 전공의 등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정부와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 참여 중인 의료계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특위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병협은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국민건강만을 위해 살아온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대한병원협회에 이어 중소병협과 국립대학병원협회도 특위 참여를 일단 중단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로써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굵직한 의사 관련 단체 모두가 의개특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이미 의료계 단체가 빠지면서 이미 좌초됐다.
의료계는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2025년도 의대 입시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돼도 의료계 뜻이 당장 관철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의대 증원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경우 입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는데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와 당장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논의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내각 총사퇴 실행 여부와 탄핵안 재표결 등으로 정부의 의료개혁 동력도 약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일 "최근 병협이 의개특위 참여 중단 입장을 밝힌 것에 대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강민성·이민우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