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지난 2011년 중동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13년에 걸친 내전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53년 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선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다.

시리아 반군은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장악하고 공공기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밝혔다.

그간 철권통치를 해온 알아사드 대통령은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30년 종신 집권했던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한 하페즈 전 대통령이 2000년 사망하자 아들인 그가 대를 이어 집권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났으며, 군 지휘부가 정부군 병사들에게 더는 복무할 필요가 없음을 통보했다. 로이터는 알아사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알아사드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다마스쿠스를 떠났으나 구체적인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전쟁에 이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중동정세가 또 다시 급변하고 있다.

알잘리 총리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한 연설에서 "이 나라는 이웃국,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는 정상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시리아 국민이 택한 모든 지도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 지도부)와 협력하고, 가능한 모든 편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인계 절차에 대비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마스쿠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반(反) 알아사드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알아사드는 러시아와 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이란·이스라엘의 분쟁 등으로 이들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반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끝내 붕괴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시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실무진이 시리아에서의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현지 협력국들과 계속해서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을 포함한 8개국 외무장관들은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도하 서밋'을 계기로 유엔의 시리아 특사와 함께 시리아 정세를 논의했으며, 앞으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게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도하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며 시리아의 '질서 있는 정치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을 촉구했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



'시리아의 학살자'로 불리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시리아의 학살자'로 불리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수도 다마스쿠스 장악 그래픽. [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수도 다마스쿠스 장악 그래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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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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