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속 EU CBAM 코 앞…"새로운 도전 과제"
글로벌 철강업계가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변동,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을 예고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한국 철강사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하며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은 CBAM 시행 준비의 과도기로 EU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철강사들은 이 기간 동안 기술·제도적 준비를 마쳐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경쟁력 약화와 함께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세계 철강 시장은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와 건설 등 철강의 주요 소비 산업들이 경기 둔화로 위축되며 철강 수요도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는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철강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부동산 불황과 내수 약화로 인해 활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 시장 역시 금리 인상과 투자 감소로 철강 수요 증가는 제한적인 상태다. 이런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철강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가격 하락 압력 또한 커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도 글로벌 수요 감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게다가 EU가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 본격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CBAM도 철강업계의 큰 변수로 떠오른다.

CBAM은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등 고탄소 배출 산업의 수입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특히 고로 방식의 철강 생산이 주를 이루는 국내 철강업계에는 CBAM 대응이 필수적 과제로 언급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 투자를 진행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9년 말 EU의 CBAM 도입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포스코경영연구원과 협업해 CBAM이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지 예상하고 분석하며 대비해 왔다. 법안이 점차 구체화되자 2022년 8월 CBAM 대응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해 사업회사 8개 부서가 각자 역할을 나눠 협업한 바 있다.

TF 킥오프 당시 참여 부서 외에도 다양한 부서들이 유럽 수출과 관련된 밸류체인 전반에서 CBAM 의무를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힘쓰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CBAM이 한국 철강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금액으로 추산하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철강 수출량을 보면 그 영향은 적잖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CBAM 대상 업종별로 한국에서 EU로 수출한 금액은 철강 43억달러, 알루미늄 5억달러, 비료 500만달러, 시멘트 100만달러로 철강이 압도적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EU로 철강을 수출한 양은 339만 톤으로 한국이 전 세계 수출량 약 2734만 톤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CBAM에 따른 유럽 시장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신흥 시장 개척도 중요한 전략으로 언급된다.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철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으로의 수출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정부 지원도 철강업계 생존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업계에선 탄소 중립 기술 개발과 관련한 세제 혜택 확대와 탄소 배출 규제에 따른 금융 지원, 해외 인증과 제도 협력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의 협력이 CBAM과 같은 환경 규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철강업계가 새로운 규제와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CBAM 준비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이 지속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언급된다"고 말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공장 모습.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공장 모습. 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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